말이 아니라 침묵속에  대답이 있다
상태바
말이 아니라 침묵속에  대답이 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6.22 02:12
  • 호수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 평론가

 

<영화줄거리)
1980년대 초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카이트가 살고 있다. 카이트의 집은 가난하고 아이도 많은데 또 새 동생이 태어날 날이 멀지 않다. 그녀를 돌볼 손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그녀는 여름을 앞두고 엄마의 먼 친척집에 보내지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 기만한 상황에 조금씩 적응하며 카이트와 아일린, 숀 부부의 관계가 좋아 질쯤 이웃 어른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말없는 소녀’는 어린 소녀의 성장을 다룬 영화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것을 벗어나 새로운 계기를 맞이하게 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된 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의 세계를 보여주는 어른을 위한 성장 이야기 이기도 하다. 세상의 많은 문제점들을(1980년대 아일랜드는 정치, 종교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고집을 내세우는 어른들에게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영화는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화면이 시작되기 전 자연의 바람소리와 새 소리로 시작되며 영화의 마지막 부분도 똑같은 방식으로 끝맺음 된다. 이런 연출은 마치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건만 인간들 만이 보고 느끼지 못하고 자신들의 생각으로 수선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액자와 같은 화면 비율과 가라앉은 색조는 그림을 감상하듯 등장인물의 표정과 대사 그리고 화면 속의 세밀한 부분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절제된 연출법과 연기, 대사를 사용하여 관객들이 전달되는 메시지를 여유 있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말없는 아이로 표현되는 카이트에 대한 시선은 대립된다. 그녀를 오줌싸개에 학습지진아, 별종으로 여기며 외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에 반하여 그것을 감싸주고 잘 자라도록 북돋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가치 기준으로 나뉘어졌을 뿐이다. 어른들의 불합리나 부끄러움이라는 의식이 없는 카이트는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그 보다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어른’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보다 잘 듣고 잘 어우르는 법을 스스로 선택한 카이트를 현명한 아이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의 마지막 이별장면은 백미이다. 여름이 끝나고 꿈같던 아일린, 숀 부부와의 생활도 끝난다. 부부는 카이트를 집으로 바래다준다. 돌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다 카이트는 갑자기 차를 쫓아 뛰어간다. 농장입구에 멈춰 선 차에 다다른 카이트는 숀을 끌어안는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친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카이트는 말한다. 아빠! 아빠! 그 순간 우리는 영화 내내 그 아이가 쌓아 두었던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묵직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그 무엇은 우리를 순식간에 진실의 장으로 이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녀가 말한 그 두마디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 때 알게 될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종종 무엇을 결정할 때 어려움에 닥치면 외부의 도움을 얻곤 한다. 그러나 진실한 대답은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탐진치에 이끌리지 않는 내가 내 안에 존재한다고 대종사님은 말씀하셨다. 그러니 자신 있게 나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해답을 얻을 때까지.

 

 

 

 

6월2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