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소는 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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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소는 잘 있느냐?”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7.05 13:46
  • 호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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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은 인천교당 교도     

 

 

물살에 출렁이고 바람에 요동치는 물결처럼 마음은 변덕에 빈번히 흔들리고 탐진치 삼독에 쉽게 휘둘린다. 종종 자신을 떠난 진심은 우리를 뛰쳐나간 소처럼 좀처럼 제 집을 찾지 못하고 남의 밭을 떠돈다. 
모든 문제의 진원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내 뜻과 다르면 무시하거나 부정하기 일쑤고 동일한 공적이라도 당파나 이념이 다르면 외면하거나 폄훼하기 다반사다.  동일한 과오라도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면 용서하고 눈감아주며 똑같은 잘못이라도 나와 이해를 같이하는 사람이면 쉽사리 덮어주고 가려준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의 판단이나 선택이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주장하며 태도나 입장이 객관적이라고 설득하고 주장한다. 문제가 외부에 있기보다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빈번히 망각하거나 일부러 회피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세상은 자기 관심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된 마음의 투영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색즉시공(色卽是空)’ 즉 ‘색’인 세상은 ‘공’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 허구의 세상은 나의 주관으로 물들고 번뇌로 흐려지고 욕망으로 덧칠되어 마구 번잡스럽고 혼탁한 양상을 띠며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 세상은 고요한데 공연이 내 생각만 복잡하고 번잡하며 주변은 평온한데 내 마음만 부질없이 심란하고 조급하다. 그래서 중생들은 평탄심(平坦心)을 잃고 동동거리며 정정심(正定心)을 상실하고 천방지축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갈피를 못 잡고 배회한다.
동자가 소를 찾는 과정을 통하여 구도의 과정을 그린 십우도에는 여기저기 헤맨 끝에 발견한 고삐 풀린 소가 다시 동자에게 돌아오는 장면이 있다. 잡고 끌던 고삐를 놓자 그 소가 다시 동자에게로 다가온다. 다루기 힘든 소는 내 마음을 상징한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더 힘겨운 상대는 없다. 단단한 뿔은 나의 편견과 집착이고 강한 앞발은 나의 독선과 고집이다. 그런 소의 고삐를 풀자 그 소가 동자에게 돌아오듯이 잔뜩 움켜진 경색된 마음의 고삐를 놓으면 떠난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길들이지 못한 소는 점점 사납고 거칠어지며 제대로 몰지 못한 소는 제멋대로 날뛰고 덤벙대며 엄하게 다루지 않는 소는 함부로 분란을 조장하고 남의 밭에서 횡포를 부린다. 대종사께서 제자에게 본인이 타고 온 소의 생긴 모양을 물으신 것은 벅찬 아집과 각종 착각과 다양한 오해 등을 일삼는 마음의 작용을 물으신 것이다. 언제 한번 실컷 쉬어볼 수 없는 것이 남의 밭을 떠도는 마음이다. 그리고 한순간에 십만 팔천 번의 상념이 요동친다. 혜능의 말대로 마음은 다시 마음으로 이어져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대종사께서는 소를 이미 발견하였고, 길들이는 법을 또한 알았으며, 더구나 소가 말을 잘 듣게 되었다면 더욱 힘써 백천만사를 자유자재하도록 길을 들이라고 하셨다. 이는 떠나간 마음의 행방을 수배하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깨달아 자신의 의지대로 운용할 수 있게 하여 수족처럼 부리라는 가르침이다. 탐욕과 분별심으로 오염된 마음은 우격다짐으로 굴복시키는 항복의 대상이 아니라 투명한 각성과 직관적 성찰을 통해 단속해야 할 대상이다. 종종 이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마다 대종사께서 “네 소는 지금 집에 잘 있느냐?”하고 물으시는 것만 같다.                         

 

 

7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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