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으로 씨앗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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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으로 씨앗을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7.05 13:54
  • 호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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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타원 안혜연 금천교당 교무

 

시골이었지만 내 고향의 교당에는 어린이회, 학생회도 있었고, 청년회도 있었다. 여름방학이면 총부에서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여행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총부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날 설레게 했다. 훈련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말을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일찌감치 원불교와의 사랑에 눈뜨고, 조용한 듯 하지만 할 말은 다 했던 언니가 있었다. “혜연이 이번에 학생훈련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 이전에 언니는 이미 학생훈련을 다녀 왔었다. 돌발상황으로 버스로 30분 이상 걸리는 깜깜한 신작로를 걸어 오는 고생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훈련에 진심이었던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 진다.  아무튼 난 훈련에 갈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로 북적이고, 좁았던 잠 자리와 더운 날씨, 모기물림... 하지만, 고생스럽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들었다. 마냥 좋기만 했다.
그 나이 최대치 어른스러움을 장착하고 처음 본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던 신바람. 하루 이틀만에 흠뻑 정이 들어 버린 우리는 그 시절 유행에 따라 서로의 주소를 따기도 했다. 펜팔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촛불 기도를 하며 생전 처음 느껴본 성스럽고 경건하다는 느낌. 각 단 담임을 맡았던 예비교무님에 대한 신비로웠던 느낌. 이런 기억들은 그저 느낌적인 느낌으로 전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주 기억방식인 감정은 글로 표현하기가 참 많이 옹색한 것이 흠이다. 
다시 7월이다. 청소년 훈련 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종교인구가 줄어들고, 청소년 인구는 감소하고, 교화가 쉽지 않은 시대라 한다. 재미있는거 옆에 또 재미있는거 천지인 요즘, 청소년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그때 나와 함께 했던 그 많던 친구들은 손자녀를 둘 나이가 되었는데, 모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다들 어디선가 교당의 주인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때 그 훈련의 좋은 느낌이 많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 좋은 느낌이 손자녀를 훈련장으로 밀어주는 밀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얘들아 훈련가라~”
한번의 훈련으로 신앙과 수행의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게 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래도 청소년 시절에  좋은 느낌의 씨앗 하나 심는다는 소박한 바람이라도 가져보자. 훈련프로그램의 세세한 내용까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해도 그 느낌이 ‘교당에 가볼까’ 라는 마음으로 싹이 틀 날을 기다리며…. 
“얘들아 훈련가자”

 

7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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