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처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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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처라 하신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09 11:10
  • 호수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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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타원 안혜연 금천교당 교무

 

“이 사람이 말야, 앞으로 큰 일 할 사람이야.” 스스로 말하기엔 참 민망하지만 예비교무 시절 어느 원로 교도님께 들었던 말이다. 
패기 충천하게 출가의 길을 가다가도 스스로 위축되거나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말을 꺼내 되새기곤 했다. 신기하게도 이 기억이, 시들어가는 이파리를 축여주는 스프레이 물처럼, 처져있던 내 마음에 생기를 주곤 했다. ‘그래 난 큰 일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예비교무시절 문화답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답사지 근처의 교당 등에서 참 많은 은혜를 입곤했다. 수원지역 답사를 갔을 때였다. 원로 교도님이 예비교무들을 격려하러 오셨다. 대호법 법훈까지 받으신 분이셨다. 이런저런 말씀 중에 맨 앞에 서 있던 나를 지목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말야, 이렇게 자그마해도 앞으로 큰 일 할 사람이야.”
당신은 아셨을까. 그 한마디가 부족함 투성이인 한 교무의 마라톤과 같은 출가의 여정에 중간중간 생수의 역할을 해 주었다는 것을. 
이제 와서는, ‘어쩌면, 진짜로 큰일 할 사람으로 보여서라기보다는 유난히 작은 한 예비 교무의 기를 살려 주려는 자비심이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난 때때로 그 말씀을 생수 삼기도 하며, 제법 긴 세월을 별 탈 없이 교무로 살고 있다. 
나도 그런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해준 어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말이 될 수 있다면... ’
‘모두가 부처’라는 말씀에는 우리도 포함된다. 모두가 부처의 위력을 나툴 수 있다. 우리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한없이 강한 듯, 한없이 약한 듯…. 종잡을 수 없는 우리네 마음은, 정신의 자주력을 얻기 전에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극락과 지옥을 오고 가기도 한다. 천하에 못 할 일이 없을 것처럼 용기를 얻기도 하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못난 듯 한없이 초라해 지기도 한다. 우리 안의 부처님이 입으로 작용할 때 상대를 살리는 쪽으로 잘 나투어지게 해야 할 이유이다. 
법인의 달이다. 
아홉 분 선진님이 혈인의 이적을 나투고 원불교가 법계의 인증을 받은 8월이다. 대종사님께서는 아홉 제자에게 “그대들에게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고,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다” 하셨다. 목숨 걸고 기도 올리던 구인선진님은 이 말씀으로 얼마나 큰 힘을 얻으셨을까. 
이제 우리가 대종사님으로부터 가슴 벅찬 그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 “너에게 하늘을 감동시킬 요소가 있고, 성불 제중의 책임이 있다.”는 이 말씀으로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양계와 음계의 인증 아니겠는가.
그리고 난 그 말씀과 더불어, 아주 오래된 기억 속의 자비로운 덕담을 다시 꺼내 들고, 나의 화두로 삼아 본다.
‘나는 큰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할 큰 일은 무엇인가’

 


8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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