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의 마음일기/ “주변 모든 이가 부처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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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의 마음일기/ “주변 모든 이가 부처님이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09 11:24
  • 호수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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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

10년 동안 매일 108배를 한 몸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2019년 2월 9일 오전 강남교당에서 하는 가족축원 기도에 참석하여 정성을 다해 108배를 했다. 이로써 2009년 2월 9일부터 시작한 108배가 만 10년이 되었다. 10년 동안 무난하게 절을 할 수 있었음을 법신불 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절을 할 수 있도록 잘 지탱해 준 무릎과 허리, 손목과 발가락 등 몸 부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 8월부터는 강남교당 중산 신치중 교도님의 마음 일기를 게재한다.

원불교에 입교, 57년 동안 써 온 일기 속에는 중산 신치중님의 사적인 일기뿐만 아니라 신앙수행과 관련된 많은 마음 일기를 찾을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회사를 퇴임한 이래로 현재까지 원불교 신앙으로 수양하고 있는 중산님은 절수행, 좌선, 염불과 경전 암송 등을 통해 간단없이 공부를 해오면서 마음작용이나 감각감상을 통해 그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계속 키우고 넓혀왔다.

강남교당에서 신입교도훈련을 12년 동안 맡았으며 일상생활에서 작용된 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 일기를 통해서 한울안신문 독자제위께서도 그 마음 작용을 보면서 내 마음 작용을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정란을 신설한다.

신앙과 수행에 크게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연재를 시작한다.

마음 일기 1.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8배를 하겠다는 염원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했다. 가족들과 여행을 할 때도 방 한 쪽에서 절을 했고, 남미 배낭여행을 할 때는 해발 4천m가 넘는 곳에서 고산증세로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도 숨을 헉헉거리면서 절을 했다. 그리고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숙소의 방이 워낙 좁아서 집 마당에 등산용 깔판을 깔고서 새벽별을 보면서 절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일 108배를 한 덕분에 몸이 무척 건강해졌다. 평소 통증이 심했던 입안 터지는 게 없어졌으며 전립선도 튼튼해졌고, 허리 디스크 증세도 없어졌다. 지금도 무릎이나 허리 등 몸의 어느 부위에도 아픈 데가 없다. 

지난날의 자신을 뒤돌아보면, 신중하지 못한 말로써 주변 인연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뒤에서 험담하고, 시기심, 신경질, 잘난 척한 어리석은 마음으로 지은 죄업이 많았다. 특히 40년간 아내와 함께 살면서 나의 이기적인 처신으로 아내를 속상하게 하거나 크게 실망시켰던 죄업도 적지 않았다. 절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잘못한 죄업들이 더욱 선명해졌고, 다시는 그런 행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108배를 하면서 주변의 인연들을, 부처님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108배를 시작한 지 700일 정도 되던 어느 날, 아들이 내가 절하는 앞으로 들락거렸다. 마음속으로 ‘아버지가 법신불전에 108배를 하는데 무례하지 않은가’ 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절을 다 하고나서 그래도 좀 마음을 순화시켜서 절을 할 때는 뒤쪽으로 다니라고 말했다. 천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날 아들도 부처님이라고 하면서 법신불과 아들부처님을 차별하는 자신에 대해 깜짝 놀랐다. 방망이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 것이었다. 그때가 2011년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말만 처처불상이 아니라 주변의 인연들을 부처님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화를 크게 낸 적이 없고 누구를 특별히 미워하는 마음도 없어졌다.

그동안 108배 중 서른 번의 절은, 30개 항목으로 기도문을 지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원불교 교단이나 사회, 국가, 세계를 위한 절을 할 때는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기도처럼 마음의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그저 기도 따로 절 따로였다. 그런데 시일이 지날수록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절이나, 이웃, 사회, 국가, 세계를 위한 절이 거의 같은 수준으로 무게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부족하고 모자라는 면이 많다.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주변의 인연들을 위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더욱 보완하기 위한 절을 하고 싶다. 

 

신치중 (致中) (속명 :치우  법호 :中山)

•1954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산상고, 방송통신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자연자원 대학원에서 식량경제학을 전공(경제학 석사)했다.

•1973년 농형중앙회 입사, 농협대학교수, 농산물 유통부서, 은행 지점장 등으로 40년간 근무하고 2013년 정년퇴직 했다. 

•원기 56년(1970 원불교에 입교해서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행정진 하고 있다. 

•저서로, '알고 보니 고마운 사람들이내(1998), 목원 일기 3권(1999), 백 여덟 번째 절을 하면서 (2020)가 있다.

 

 

8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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