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허명虛名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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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허명虛名의 덫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17 19:32
  • 호수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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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은(인천교당 교도)

 

명예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측정하는 내면적 성과의 척도이자 삶의 방향을 조정하는 건전한 행동 규범이다. 
명예는 자의적ㆍ실존적 관점에 치중하여 행태의 내면성이나 실제성에 주안점을 두는 가치이다. 그래서 사회적 위치나 지위에서 비롯되는 체면의 경직된 획일적인 면모와 달리 자발적인 품위나 존엄성에서 배태되는 명예는 건전하고 개성적인 면목을 보인다. 하지만 자칫 체면의 전철을 밟는 순간 그 명예는 허명의 덫에 걸리기 쉽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존재감을 한없이 드러내고 이름을 마구 휘날려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바라지만 그 과도한 욕구가 제어되지 않고 집요한 욕망이 절제되지 않으면 이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 우려가 있다. 명예는 위세의 도구나 대가(對價)의 대상이 아니며 게다가 자신에게 가두거나 쌓아놓은 날조되거나 변조된 가식적 명예로부터는 아무런 유용한 기능이나 요긴한 이익을 확보하거나 획득할 수 없다.
내 마음이 작아질수록 그래서 담담하게 명예로부터 멀어질수록 내 명예는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커질수록 그래서 집요하게 명예에 가까워질수록 그 명예는 수포로 돌아가거나 빈축을 사고 화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명예로 들썩이는 삶에 자기 성찰의 시간과 자기 응시의 기회가 있을 리 없다. 따라서 허위 의식을 자각하고 “깨어 있으라”는 예수의 당부와 애틋하고 살가운 색에 대한 집착에 주의하고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가라”는 부처의 가르침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숨기려 해도 스스로 드러나고 가리려 해도 자연히 등장하는 선명한 실상적 명예와 달리 허세로 분장하고 위선으로 꾸며진 허상적 명예는 쉽게 발각되기 십상이고 들키는 순간에 그나마 원래 있던 명예까지 잃는 수가 있다. 대종사께서는 어리석은 사람은 명예가 좋은 줄로만 알고 헛된 명예라도 드러내려고 힘쓰지만, 헛명예가 마침내 자신을 해롭게 하는 화근인 줄을 모른다고 하면서 허명에 대한 경각심을 피력하셨다.              
 술책으로 얻은 명예를 가슴에 달고 감히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거나 묻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그 명예가 권력이나 재력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진정한 명예는 겉으로 드러내거나 외부로 행사함으로 해서 그 효력이 생기거나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냉담하고 초연할 때 그 가치가 작용하고 보람이 가세한다. 
  이익과 명예, 부귀와 여색에 빠져 떠나버린 주인 잃은 빈집에 허깨비만 득실되는 사태를 우려해 천하의 사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고 오직 나만을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다산(茶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그러면 아무런 치열한 노고 없이 말이나 권모술수로 얻은 명예는 말이나 권모술수로 헒을 당할 뿐만 아니라 종래에는 재산이나 생명까지 빼앗기게 됨을 경계한 대종사의 말씀을 가슴에 새길 수 있다. 간수해야 할 명예가 내세우고 자랑하는 성과물로 전락하는 순간, 게다가 그 명예가 허위라면 그 명예를 안은 이는 이미 재앙의 문에 들어선 것이다.    

 

 

8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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