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마음공부 ] 나의 문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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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마음공부 ] 나의 문어 선생님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17 22:03
  • 호수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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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과 삶에는 비교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박선국
문화평론가 돈암교당 교도

영화줄거리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그레이그는 어느 날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자 어린시절을 보내던 바닷가마을로 돌아온다. 물을 좋아했던 그는 매일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파도에 일렁이는 다시마 숲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연히 암컷 왜문어를 만나게 되고 다시 카메라를 손에 든다. 경계하며 피하던 문어와의 조우가 계속되며 점점 그 둘은 가까워진다. 그리고 첫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며 그레이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나의 문어선생님”은 다큐 제작자와 문어와의 1년 이상 지속된 만남을 담은 다큐 영화이며 그 둘의 여정을 통하여 마음의 위로를 주는 힐링 영화이다. 
문어의 삶과 죽음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의 모습과 문어와 인간과의 관계를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며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모습을 물흐름에 맡긴듯한 촬영법과 솔직하고 담담한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어떻게 그리고 왜 작고 힘 없어 보이는 문어가 그레이그의 “선생님”이 되었는지를 담백하게 보여준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생존과 종족 보존이라는 본능적인 행위에 충실한 문어의 행동이 인간의 눈에는 생로병사를 거치며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 관객은 지금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세계가 나의 무지에 의하여 그저 스쳐 지나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피부 모양과 색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숨기 위해 몸을 치장하는 문어의 모습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없으면서 있는 듯 보이려 하고, 스스로 힘이 없다고 느끼며 더욱 폭력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 아닌가 한다. 
상어에 한 쪽 다리를 잃었을 때 그리고 알을 지키다가 마침내 죽게 되는 문어의 상황에 그레이그는 가슴 아파하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한다. 

그것은 그 문어와 자연의 모습 속에서 그가 깨달은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상대 보다 더 오래 살아 경험이 많아서 또는 더 많이 배워 알고 있어서 자신의 판단으로 조언하고 간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레이그는 그런 인간의 우를 깨닫게 된 것이다. 가르침은 그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리라. 
그레이그는 그 문어를 통해 배운 교훈으로 자신의 아들 톰과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바다여행을 계속 하게 된다. 
콘크리트 숲속에서 일어나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은 자연 속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은 목적 없이 또는 지나친 욕심으로 그 속을 어슬렁거리거나 맹목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가곤 한다는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삶이 아름답거나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삶의 소중함은 지금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와야만 한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기에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이 필요하지만 그 또한 도구일 뿐이다. 하늘의 달이 아닌 내 안의 마음 달을 깊이 느껴야 하는 이유이다. 

 

8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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