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에서 온 편지] 근본을 잘 다스리는 공부
상태바
[오덕에서 온 편지] 근본을 잘 다스리는 공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23 16:39
  • 호수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성신 오덕훈련원장

 

지난해에는 도량 곳곳에 흰나방을 비롯한 병충해로 나무와 화초들이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래서 올해는 일찍부터 미리 방제 작업을 진행하여 농작물과 나무들이 말쑥한 기운으로 건강하게 성장하였다. 
무성하게 올라오는 풀은 그 씨가 떨어지기 전에 베어 버리고, 뿌리로 번식되는 우뚝 솟은 쑥대는 안간힘을 다하여 뽑아 버렸다. 한두 해가 갈수록 도량 관리에 조금씩 지혜가 생겨난다.
오랜 세월속에 제법 성장한 나무 한그루, 칭칭 감아 올라간 칡넝쿨이 굵어지며 나무의 숨통을 조이고 점점 말라 고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씨앗 하나가 떨어져 나무를 의지처로 삼아 올라 갔으나 존재의 근원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 악의 움이 자라나서 거목을 쓰러뜨리듯 사람의 관계속에서도 자신이 살아남기 위하여 대중과 단체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습관 하나가 두터운 업습으로 성장하여 뛰어난 재능이나 인격을 휘감아 스스로를 무너지게 하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악의 움이 자라거든 자신과 공중의 둑을 무너뜨리게 되는 근본을 먼저 잘 다스려야 한다. 농사를 짓고 도량을 수호하듯 일과 공부는 둘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갈애와 욕망으로 일시적인 즐거움에 집착하거나 머무는 것은 괴로움의 길이고,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내려 놓는것은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라고 하셨다. 따라서 악의 근원이 되는 삼독심이 일어나면 그것을 뿌리째 뽑아 불에 태우고 바람에 날려서 마음의 근본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다. 
마음에 탐진치가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는 내 중심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사라지고 선한 의도가 일어난다. 그러면 어떠한 상황에서 내 불편함을 감수할지언정 버려야 할 자리에 버리고 놓아야 할 자리에 놓으며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된다. 법에 바탕한 바른 생각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다른 생명과 주변에 유익을 주며 서로 공존하게 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선과 악이 있다. 선한 마음이 일어날 때에는 악의 마음이 존재하지 못하고, 악한 마음이 일어날 때에는 선한 마음이 존재하지 못한다. 마음 바탕에 선의 움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해독을 주는 씨앗과 뿌리를 다스려야 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법도량을 관리하고 예방하고 특별한 공을 들여야 한다.  
각자 각자가 먼저 법으로 자신을 제도하고 깨어 있어야 단체와 조직이 살아난다. 
이제는 한여름의 절정을 고음으로 노래하던 매미 소리도 잦아들고 삼복더위 속에서 그토록 무성했던 녹음도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밤이 깊을수록 스산하게 허공에 맴도는 풀벌레 소리는 가을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견딜 수 없는 무더위의 한 껍질을 벗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나의 해탈 여행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8월25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