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山의 마음일기 4. 당당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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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山의 마음일기 4. 당당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8.30 19:51
  • 호수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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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들은 우리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와 담뱃대를 털 때 들리는 쇳소리가 아직도 나의 귀를 울리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근처만 가도 긴장되고 떨릴 정도로 어렵고 위엄이 있으셨다. 여름철 전 가족이 꽁보리밥을 먹을 때도 할아버지는 쌀이 약간 섞인 밥을 드셨고 수저도 할아버지가 들기 전에는 감히 들지 못했었다. 
지난날 가까이하기 어렵고 집안에서 명실상부한 가장(家長)이셨던 할아버지가 요즘에는 소외되고 불쌍하고 힘없는 분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이제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다. 항상 애기 같아 보이던 딸이 결혼해서 오늘 아침에 딸을 낳은 것이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같은 값이면 당당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당당한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다. 평상심이란 지위의 고하(高下)나 빈부(貧富) 등의 환경에 처하여 처신하는 감정이 항상 평탄함을 의미한다. 지위가 낮거나 가난하다고 해서 주눅 들거나 비굴해지지 않아야 하고, 지위가 높거나 부자라고 해서 넘쳐서도 안 되는 것이다. 
둘째, 항상 모시고 사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족들이나 직장에서 대하는 동료들, 그리고 모든 일에 부처님 모시는 심경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를 잘 살펴서 그 원에 맞도록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불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버림받은 노인이 비단 자식들의 가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 시절 가장(家長)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저버린 결과로 받는 과보(果報)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는 그 직장을 떠나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게 보통이지만 가족간의 관계는 평생으로 연장된다. 그래서 가족간, 특히 부부간의 금이 가지 않도록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셋째, 진퇴(進退)에 적중(適中)해야 하겠다. 할 말과 안 할 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가려서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꼭 해야 할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쓸데없는 일에 욕심을 부려서 에너지를 소모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기어이 보려고 하거나 들으려고 하지 말고, 관계없는 일에 간섭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넷째, 자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들이나 자식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자신도 떳떳하지 못 할 뿐 아니라 자식들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세속적으로 볼 때 웬만큼 생각이 고상한 사람이라 해도 자식들이나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떳떳하게 처신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산에 오르면 필히 하산(下山)을 해야 하는 것처럼 나이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비록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할 일이 줄어드는 처지에 놓인다 하더라도 나이 먹었다는 상(相)을 버리고 모든 사람을 대할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거기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면 더욱 여유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항목을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은 어느 것 하나도 쉬워 보이는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노년기를 대비해서 미리 연마하고 준비한다면 그때 가서는 결코 초라하지 않고 당당한 할아버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07.2.1) 

 

9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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