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선진, 주산종사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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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선진, 주산종사 (23)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9.06 11:44
  • 호수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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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종사의 사은론(四恩論) 및 돈수론(頓修論)

Ⅱ. 돈수론(頓修論)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 문제는 현시점이 기준이 된다. 돈오 즉시 돈수라는 것도 무시광겁으로 보면 오랫동안 닦아온 것이 현시점에서 폭발한 것이다. 이를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증오(證悟)와 해오(解悟)의 문제이다. 증오와 해오를 법위등급과 관련시키면 증오는 대각여래위의 경지라 할 수 있으며 해오는 법강항마위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증오라면 돈오돈수가 되는 것이며,  해오라면 돈오점수가 된다.  
둘째, 최상근기와 중·하근기의 문제이다. 최상근기라면 돈오돈수가 되는 것이며 중·하근기라면 돈오점수가 되는 것이다. 최상근기의 돈오돈수도 어느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비하건대 날이 샐 때에 어둠이 가는지 모르게 물러가고 밝음이 오는 줄 모르게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 (변의품 40장) 
육조 혜능은 ‘자성을 여의지 않는다. (不離自性)’ 라고 하였다. 깨친 자성 그대로를 쓴다는 것이다. 이를 돈수라 할 수 있다. 보조지눌의 입장을 돈오점수라 하지만 자성문정혜의 내용을 보면 돈오돈수에 가깝다. ‘자성문은 마음을 자유자재로 운영하여 고요하면서 신령스럽게 알아서 원래 스스로 함이 없어서 한 티끌마저도 끊어져서 상대를 지으니 어찌 방탕한 생각을 보내려는 공력에 수고로울 것인가. 한 마음도 없는 그 마음에 바탕해서 마음을 내니 경계를 잊으려고 하는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원래 스스로 함이 없다는 것은 닦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 티끌마저도 끊어졌으니 닦을 것이 없으며 한마음마저 없으니 닦을 것이 없는 것이다. 이는 돈수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주산종사는 수행정진해서 삼대력을 얻었다. 돈오 즉시 돈수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경’을 중심한 그의 저술의 내용을 보면 점차적으로 닦아가는 내용보다는 성품을 확 나타내는 돈수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돈수론이라 해본 것이다. 
주산종사의 돈수론은 ‘일원상의 수행’에 근거한다.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마음을 알아서(깨쳐서) 그대로 양성(함양) 해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깨친 그대로를 지켜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돈수적인 것이다.       
원만구족은 절대적으로 완전한 경지이며 지공무사는 절대적으로 공정한 경지이다. 절대적으로 완전하고 절대적으로 공정한 본래의 성품을 확연히 깨치고 그 깨친 성품을 발양시키고 발양시킨 성품을 모든 일에 적실하게 활용하여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을 얻는 것이 일원상의 수행이다. 

옷깃을 여미고 새벽에 앉으니 
한 법도 내 앞에 얼씬을 못한다. 
드나들 마음이 없어진 그 자리 
그 자리 그대로 우리의 보리성 

한 법도 내 앞에 얼씬을 못한다는 것은 일념마저 끊어진 경지이며 드나들 마음이 없어진 그 자리라는 것은 나가 대정에 든 것이다. 

 

9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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