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 스트레이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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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공부 ] 스트레이트 스토리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9.13 12:05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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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꿈은 이뤘든 못했든 그자체로 소중하다

영화줄거리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이제는 나이 들어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앨빈이 말더듬이 딸 로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사소한 이유로 말 다툼 끝에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형 라일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앨빈은 그를 만나러 갈 계획을 세운다. 아주 먼 길이다. 운전도 할 줄 모르는 그의 여행 수단은 얼기설기 만든 짐칸을 단 잔디 깎기 트랙터이다. 거북이만큼 느린 속도로 시작된 그의 6주간의 대장정이 어떤 결말에 이를 것인지…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무엇 하나 후회할 게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이루고 싶은 작은 꿈을 향해 나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때로는 쓸쓸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고 서글픈 마음과 함께 기쁨도 느껴지는 로드 무비 형식의 영화이다. 영화는 가족과 우리 이웃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보여준다. 
솔직하고 간결한 대사와 긴 숨처럼 느껴지는 무모하리 만치 느린 화면 전개가 서로 엇박자를 이루며 관객에게 불안감을 주곤 하는데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의 모습이 그렇게 불안정하지 않냐 고 말해주는 것 같다. 
황량하고 공허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의 모습과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모자이크처럼 어우르며 주인공의 깊고 우수에 찬 눈 동자와 함께 관객의 가슴을 감동으로 울렁이게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스트레이트(Straight)는 주인공의 성이면서 다양한 뜻을 지닌다. ‘직진’, ‘일직선’, ‘정직’, ‘진리’ 등등. 주인공 앨빈이 그의 성처럼 살지 못했음을 또한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나이 들어 깨달은 것은 어린시절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 아래에서 형과 이야기 한 세상에 대한 큰 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지 풀풀 날리지만 현실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작은 꿈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먼 길을 나선 그의 뜻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고 평가될 수 없는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비록 지금 이루지 못한 꿈이라도 그 꿈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대종사님의 한 말씀이 생각났다. 나이 40을 넘어 죽음 보따리를 챙기라 하신 말이다. 그것은 내 것만 챙겨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냅다 달려가라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음을 챙겨 내 주위에서 꿈 속을 헤매거나 꼬불꼬불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과 손잡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느리고 힘들더라도 한 발짝씩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진정 원불교를 이 세상에 펴낸 대종사님의 본의이리라. 

 

 

9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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