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선진, 주산종사 (24) 주산종사의 사은론(四恩論) 및 돈수론(頓修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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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선진, 주산종사 (24) 주산종사의 사은론(四恩論) 및 돈수론(頓修論)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9.13 22:06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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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돈수론(頓修論) 
오늘 아침 좌선 때에 극락 맛을 보았지요. /시방정토 안 갔어도 극락 맛을 보았지요. / 바른 자세 순한 기운 고른 숨결 편한 몸이 / 한 시 두 시 지내도록 물(物)과 나를 잊었었소. / 말과 말이 묵묵하고 마음 자취 끊어지니 / 적적한 빈 천지에 일륜명월 맑았더라.  
극락 맛을 보았다는 것은 정전 좌선법의 극락을 수용한 경지이며 물(物)과 나를 잊었다는 것은 물아(物我)의 구분을 잊고 원적 무별한 진경에 사무친 경지이다. 

참 기틀 유무변에 멀리 벗어나 
마음의 본 자연에 명합하였네. 
골안개 먹장구름 흩었다 하니 
한 바퀴 밝은 달이 하늘에 차네. 
유무변에 멀리 벗어나 마음의 본 자연에 명합하였다는 것은 참 기틀을 깨쳐 적적성성한 선의 진경에 사무쳤다는 것이다. 한바퀴 밝은 달이 하늘에 차네는 일원상에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 천지 정대원기(正大元氣)
나 한 몸에 다북 차고 
대우주 넓은 무대 
횡행 활보 걸음 하니 
세상은 그를 일러 
대장부라 합니다. 
이 천지 정대원기 나 한 몸에 다북 찼다는 것은 우주의 호연지기가 나 한 몸에 가득 찼다는 것이다. 주산종사의 아호가 직양(直養)이다. 맹자에 ‘곧게 길러(直養) 흩어지지 않게 하면 호연지기가 천지간에 가득 찬다.’ (맹자 제3권)는 구절이 있다. 

나의 마음 한 낱의 밝은 촛불을
늘 이 몸에 켜두오면 
깊고 얕음 환하게 비치울지니 
전도(顚倒)낭패 되올 리 전혀 없도다.   
나의 마음 한 낱의 밝은 촛불을 늘 이 몸에 켜두오면 이라는 것은 태양보다도 밝은 마음의 등불을 발견해서 언제나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깊고 얕음 환하게 비치울지니 전도낭패 되올리 전혀 없도다.’ 라는 것은 마음의 등불은 무엇보다도 밝아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크다면 온 천지, 적다면 한 티끌, 그 위에 터를 잡고 엄연히 서있는 적멸의 궁전… / 나는 유연히 이 적멸의 궁전에 들면서 슬며시 그 육근의 문을 닫아버린다.… / 나는 초연히 물러와 이 적멸의 궁전 안락의 의자에 앉는다.… / 나는 울연히 돌아와서 이 적멸의 궁전 궁리의 실중으로 들어간다. … / 공도 아니요 색도 어니며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닌 존재 아닌 존재의 적멸의 궁전
크다면 온 천지, 작다면 한 티끌의 적멸의 궁전이라는 것은 크기로는 밖이 없는 데까지 포함하고 작기로는 안 없는 데까지 들어간다, (휴휴암 좌선문)의 경지이다. 적멸의 궁전을 대산종사는 대적광전(정전대의)이라 하였다. 
적멸의 궁전에 들어 육근의 문을 닫아버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 잊는 물아구공의 경지에 드는 것이다. 적멸의 궁전의 안락의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지극한 낙에 안주하는 것이다.  
적멸의 궁전의 궁리의 실중에 들어간다는 것은 성품을 깨치는 것이다. 

 

 

9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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