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원이 만난 사람┃백원갑 원남교당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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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원이 만난 사람┃백원갑 원남교당 교도
  • 박순용 편집장
  • 승인 2023.09.20 11:24
  • 호수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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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잠드는 삼라만상 표현”

“학교 졸업하고 처음 쓴 작품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공과는 다른 일입니다”라는 원남교당 백원갑 교도는 이번 제8 회 원불교 콘텐츠 공모전  소태산문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의 순환성에 접목시키고 진리 안에서 평화로우며 평등하다는 것을 그려보려고 했습니다”라며 작품을 소개하는 백교도의 작품은 <달빛에 잠들다>.
주관한 문화 사회부에서 받은 작품은 산문이겠거니 했으나 시였다. 놀라웠다.
단숨에 읽히는 <달빛에 잠들다>는 사계절을 그려내는 시어들이 한편의 그림같고 달빛에 잠드는 삼라만상을 그려낸 솜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달빛에 잠드는 만생령의 모습을 사계절의 특징과 함께 글을 썼는데 한 연 한 연에서 그 섬세함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게 드러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총 8연으로 구성된 시로써 봄의 따스함과 여름의 엄정함, 가을의 순환성,그리고 강인함을 형상화하여 삶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백교도의 시에는 그래도 진리 안에서 평화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원불교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원불교는 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백교도는 현재는 원남교당을 다니고 있는데 삶속에서 원불교의 교리를 나투고 생활화하기에 백교도가 곧 원불교고 원불교가 백교도라고 말한다.
대종사님이 원불교를 펴낸 그 본의를 꿰뚫는 답변이다. 그렇지. 생활불교를 지향한 측면에서 본다면 생활 속에서 교리를 실천하고 실천한 교리를 다시 생활 속에서 키우는 일인 것이다.
“아내는 원불교를 다니지 않지만 딸아이는 함께 교당을 다니고 있습니다”라는 백교도는 학부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으나 현재는 이과적인 부문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 처음 글을 썼는데 이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라는 백교도는 수상식장에 가족과 함께였다.
원불교도가 아닌 배우자를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어서 다른 기회가 있다면 백교도의 다른 글을 보고싶어졌다. 또한 사물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백교도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다음은 <달빛에 잠들다> 전부 .

담장 너머로 개나리 웃음꽃 터지고 
고양이 수염에 앉은 웃음 소리
뭍으로 어둠을 밀어올리고 다시 바다로 쓸어가는 
파도에 일엉이는 고깃배
살강을 지나는 생쥐, 처마 밑의 새끼 제비 


달빛에 잠들다 

느티나무에 붙은 매미는 허공에서 더위를 잘라 마시고 씻어 내리는 소리비 
먹구름 속 천둥은 소리를 감추지 않고 번개는 불빛을 내 지른다 
빗속에서 와서 태양 속에서 말라가며 세상 끝까지 배로 밀고 간 지렁이 
쇠똥을 뭉치고 뭉쳐 밀며 굴리고 가는 쇠똥구리 

달빛에 잠들다 

햇빛에 익어가는 허수아비
매미 지렁이 쇠똥구리를 날개깃에 품어 돌아가는 제비 
귀뚜라미 더듬이 마다 맺힌 이슬 
시베리아 바람 타고 날아오는 쇠기러기 

달빛에 잠들다

바람의 칼날 
풀의 밑둥을 자르고 잣나무 후려쳐 속살을 밀어내어 튼 등껍질 뿌리는 눈 속에 덮이고 나이테 속에 새겨 넣은 바람의 난(亂) 
가지에 앉아 달빛에 젖어드는 수리부엉이 

달빛에 잠들다

 

9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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