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텅빈 그 상태를 알아차리니….”
지난 번까지 뭐든지 감사했던 마음이 요란하다.
합심한 일들이 시작되었고 내 뜻에 따라 일들이 제대로 되어간다는 생각에 힘든 내색도 없이 절대감사로 일관 되게 가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작은 것 하나에서 마음이 틀어질려고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들이 나를 삼키려 든다.
“심지는 원래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원만 구족한 그 자리에 일부러라도 나를 들이밀자 텅빈 감사함과 부질 없음이 사라진다.
“이 원상은 눈을 사용할 때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하고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이 원상은 귀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이 원상은 코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이 원상은 입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이 원상은 몸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이 원상은 마음을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
순간 분별과 주착에 사로잡힌 나를 알아차리니 망념과 잡념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해(害)에게서 은을 발견하는 기쁨이 좋다.
신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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