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행한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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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행한대로 거두리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0.11 13:25
  • 호수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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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은 인천교당 교도

여래는 몸으로 오지 않고, 법신에는 얼굴이 없다고 한 혜능은 법신은 마음이라고 했다. 
인간 모두에게 공평무사한 법신인, 지위나 재력, 신분이나 명예로부터 자유로운 이 마음 하나 잘 운용하면 내세에도 천상을 보장받고 복락을 누리지만 허투루 쓰면 힘든 곤욕을 치르고 고통의 질곡을 감내해야 한다.  
실존주의 문학에서 목도되는 허무주의적 인생관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種)들은 미리 정해진 청사진이나 목적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며 인간이 살아서 행하는 모든 일련의 일과 그 어떤 성취도 죽음과 함께 무의미하다. 
현재는 과거에 대해서는 업과의 순간이며 미래에 관해서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는 과거의 결과를 자아내지만 동시에 미래의 원인을 담보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는 필연적이다. 
현재는 과거를 향해서는 기정적이고 운명 지향적이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미정적이고 가변 지향적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현재는 어떤 의도도 불가하고 어떤 노력도 공허하지만 미래에 대한 현재는 어떤 선택도 유용하고 어떤 결정도 유효하다. 결국 현재는 바뀔 수 없는 정황을 수용해야 하는 시점이며 바꿀 수 있는 여지를 각성할 수 있는 지점이다.        
대종사께서는 잘 사는 것은 하나님이나 부처님, 조상이나 귀신의 우연의 음조(陰助)아니라 각자의 심신에 따른 필연적인 업보며 부귀와 영화는 원하고 빈천과 고난은 면하고자 하는 행태는 인간의 생리지만 그것이 무모하게 실현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는 자신이 행한 바대로 그 대가를 접수하고 스스로 지은 바대로 그 과보를 수용하는 것이 삶의 도리라고 본 것이다. 
과실이든 선업이든 저지른 흔적은 지울 수 없고 남겨진 자취는 감출 수 없다.
하늘은 분수 밖의 복을 가벼이 내려주지 않는다. 탐욕스럽고 부정한 방법으로 갑작스레 취한 부나 저급하고 저열한 방식으로 일거에 이룬 출세는 자신의 몸을 망치거나 자손의 안위를 해치기 십상이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을 무리하게 얻어 초래되는 재앙을 피하려면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이미 뿌려 놓을 씨앗의 업과를 잘 살펴야 한다. 짓지 않은 복을 바라거나 저지른 과오를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왜곡된 행태는 교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자기 모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아무 선행 없이 부귀와 영화를 억지로 구하거나 아무 시도 없이 빈천과 고난을 강제로 면하려는 어리석음을 경계한 대종사께서는 과거에 지어 놓은 죄복은 편안히 수용하고 미래에 받을 복락을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인생의 지혜이고 세상의 이치라고 일렀다. 과거의 행보로 겪는 현재의 사태는 운명적이지만 현재의 처세로 얻는 미래의 화복은 개방적이다. 대종사의 말씀처럼 그 열려 있는 장래를 위해 복록이 마르지 않는 국한 없는 공덕을 허공 법계에 무한히 심어볼 일이다.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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