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山의 마음일기/ 마음일기9 차라리 바닷가의 몽돌이 되고 싶다
상태바
中山의 마음일기/ 마음일기9 차라리 바닷가의 몽돌이 되고 싶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0.11 13:42
  • 호수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1월 초에 직장에서 책임자급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내 이름은 없었다. 은행 지점장으로 2년만 근무하고 고향인 유통부서로 돌아갈 것을 희망했고, 그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사발령의 결과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1991년부터 18년간 농협의 유통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김치공장을 짓고, 또 김치공장에서 근무도 했었다. 농협의 하나로마트를 건립하고 근무할 직원들을 선발해서 교육을 시키고, 하나로마트 현장에서 밤낮 없이 근무했다. 그런데 2년 전인 2008년도에 부장급으로 승진해서는 유통부서의 대표이사 자리가 없어서 부득이 금융부서로 와서 지점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인사발령 결과를 본 순간 뒤퉁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발령이 나던 날 아침에도 분별없는 자리에서 보면 직장에서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가 어디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는 하늘의 명에 따라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일을 당하고 나니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이제 직장생활을 할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아쉽고 섭섭했다.
그런데 이렇게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나의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인가? 무엇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가 생각해 보니 거기에는 유통부서에 대한 착심과 명예욕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로는 모든 이치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가슴으로는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바로 그것이었다.
평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유통전문가라고 불러줬다. 당연히 유통매장의 대표이사를 기대하면서 어떤 납품업자들은 미리 줄을 서기도 했고, 보험에 들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점장인 내가 무엇을 부탁하면 나중에 유통매장으로 왔을 때 받을 혜택을 생각하면서 선뜻 도와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유통부서로 가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모두 자기가 승리한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법문에, 세상만사를 자기 뜻대로 만족하기를 구하는 사람은 모래위에 집을 짓고 천만년의 영화를 누리려는 사람같이 어리석다고 하셨고, 복도 새로 짓지 않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받아버리면 나중에 받을 게 없어서 가난해 진다고 하셨다.
나는 직장생활 하면서 매사에 안 되는 게 별로 없었고, 음지보다는 양지쪽이 많았다. 농협의 핵심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금융점포의 지점장들을 좀 시시하게 볼 때도 있었다. 지금 나 역시 지점장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자신의 지난날 어리석고 오만했던 과오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나의 인사이동과 관련된 글이 원불교 강남회보에 실려 있는 것을 법회 중에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 옆에 앉아있는 도반에게 무안할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고, 손수건도 없이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왜 그런 눈물을 흘렸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강남회보에 실려 있는 내용을 제3자의 입장에서 읽으면서 한심하고 초라한 자신을 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갑자기 세속적인 집착심에 대한 회한과 욕심 덩어리, 상(相)의 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날 이후에는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안달인가 하는 생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이 되었다.
해변가의 무수한 돌맹이들이 모두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밀물과 썰물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돌맹이일 뿐이다. 나도 바닷가의 몽돌처럼 파도에 몸을 맡기고 세상의 이목이나 자신의 이해타산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좀 어수룩한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2010.2.15)

 

 

10월 1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