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문은 열어두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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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공부] 문은 열어두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0.25 19:40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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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영화줄거리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 스즈메는 꿈 속에서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 오늘도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를 헤매다 잠에서 깬다. 문단속을 하고 서둘러 학교로 향하던 스즈메는 폐허가 된 장소를 찾는 한 의문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수선한 생각속에 수업을 듣던 그녀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목격한다. 그 현장을 찾아가 보니 그곳에는 이상한 문이 있다. 그리고 그 너머 꿈 속의 장소를 보게 된 그녀의 새 모험이 시작되는데 ….

 

“스즈메의 문단속”은 대재난을 막기 위해 모험에 나서게 된 주인공 스즈메의 여정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보여주는 로멘틱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현실감 넘치는 그림체와 적재적소의 배경음악이 젊은 층들을 끌어들일만큼의 매력을 발산한다. 혜성충돌을 다룬 ‘너의 이름’과 폭우를 다룬 ‘날씨의 아이’를 잇는 감독의 재난 3부작중 마지막인 이 영화는 물리적 재난이 아닌 마음의 재난이 얼마나 우리 삶 속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 보여 주고자 한다. 
영화 스토리는 일본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이루어진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가는 곳마다 마주치게 되는 보통 사람들(주점을 운영하는 싱글맘, 부모가 운영하는 여관을 돕는 여고생, 도심 속의 샐러리맨들 등)의 모습이 교차되며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삶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속에 언제나 재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재난의 원인을 대륙의 이동이나 마그마의 활동과 같은 과학적인 요소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판타지적 요소로 보여주는 것이 신선한 느낌이다. 재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제는 폐허가 된 장소들(학교, 테마파크, 온천 등)에 어려 있던 우리들의 꿈, 희망 그리고 추억 등이 사라져 버리고 잊혀 졌을 때의 아쉽고 슬픈 감정들이 쌓이고 뭉쳐서 어느 한 순간 터져 나오며 발생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영화는 도쿄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통해 세상을 구하는 모험을 끝맺는다. 잊혀 질 수 없고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을 마음에 지니고 지금을 사는 것이 밝은 미래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강제적으로 슬픔을 억압하려는 자들에 대한 경고라 하겠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진정한 스즈메의 여정이 시작된다. 스즈메는 엄마를 잃은 아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자신의 고향 후쿠시마로 다시 돌아가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황무지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그 문 넘어 꿈의 장소에서 어른 스즈메가 어린 스즈메와 다시 만난다. 모든 것을 잃고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헤매는 어린 스즈메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위로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며 사랑해주는 것 외에는 그녀를 앞으로 나가게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우리의 마음 단속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마음 문의 손잡이를 꼭 잡고 그 안에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들을 쌓아 둔 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마음 문 안을 들여다보고 갈고 닦아 언제든 열려 있어도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문,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있는 환영의 문이 우리에게 더 필요하겠다. 

 

 

10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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