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의 마음일기] 마음일기12 며느리에게 오체투지로 올린 큰절
상태바
[중산의 마음일기] 마음일기12 며느리에게 오체투지로 올린 큰절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1.01 15:02
  • 호수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저께 토요일은 결혼한 아들 부부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우리집에 왔다. 올 때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오라고 며느리에게 신신당부했었는데 친정을 들러서 고기와 과일을 잔뜩 들고 온 것이었다. 
지난 6월 30일 날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그동안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우리 부부도 정성을 다했지만 아들 역시 많이 노력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이 맘에 안 들거나 아니면 여자 쪽에서 맘에 안 들어서 성사가 잘 되지 않았다. 그 때마다 나는 아들에게 산을 오르면서 꼭 한 송이의 꽃을 딸 수 있다면 산 입구에서 꽃을 얻는 것보다 한참 오르고 나서 가장 좋은 꽃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지혜로울 거라고 위로의 말을 해 줬다. 
그리고 아내의 부탁을 받아서 얼굴 간지럽지만 매일 108배를 할 때 마지막 백 여덟 번째는 아들이 상생선연의 배우자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십사 하는 기도의 절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108배 천일정진을 마친 2011년 11월 어느날 며느리 감 정은이를 만나서 결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자식을 낳아서 가족이 불어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새로 우리 가족으로 전입되어 오는 경우는 며느리 정은이가 처음이었다. 손위 시누이가 되는 딸과 그녀의 딸인 외손녀 둘, 그리고 우리 부부가 아들 부부에게 오체투지로 맞절을 했다. 
우리 집안으로 들어오는 며느리를 환영하는 마음과 우리 부부의 뒤를 이어 우리 집안의 번성을 담당할 주역으로서 힘써 달라는 부탁의 의미로 올린 절이었다. 한 때는 우리 집안이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가정이었다. 복잡한 가족구조와 가난으로 인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우리 집으로 와서 자식들을 적당하게 키웠고, 경제적으로도 최소한 평범한 가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인재에게 아내 못지않은 역할을 기대하 게 되었다.
아들의 결혼으로 떠난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다. 네다섯 살 때부터 나이 서른이 될 때가지 주말에는 함께 목욕탕엘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며 재잘거리는 대화를 했고, 아들의 요구로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청왕봉, 북한산 등을 오르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제 역할을 하는지 모르지만 집에서는 언제나 좀 모자라는 자식을 대하듯이 손 씻으라, 발 씻으라, 이불 제대로 개라 등등의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며칠 새 훌쩍 커서 떠나버린 아들에게 이제 그런 잔소리를 할 기회조차 없어져버렸다. 
아내와 둘만 남아서 마주 보며 살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니 우리가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식을 키우느라 아웅다웅했던 그 시절이 꿈결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들이 아가씨 한 사람을 만나면 기뻤고, 헤어졌다면 아쉬움과 함께 ‘그녀는 인연이 아니었어. 더 좋은 인연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아들을 위로했던 그날들도 말이다. 
결혼식장에서 나는 며느리에게 불공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들 부부가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해 줘야 할 것이다. 자식들의 일에 가능하면 끼어 들어서 간섭하지 않고 늘 초월한 심경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음식도 그들이 필요로 해서 달라고 하지 않은 이상 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소망은 아들 부부가 원불교의 마음공부 하는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매일 108배를 하고 기도를 할 것이다. 그들이 진정코 마음이 열려서 주변의 인연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염원해 본다. (2012.7.9) 

 

 

11월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