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다가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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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공부] 다가오는 것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1.15 11:47
  • 호수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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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국 돈암 교당 교도, 문화 평론가

 

영화줄거리
파리 한 고등학교의 철학 선생인 나탈리는 시위를 하는 학생들 사이를 헤집고 교실로 들어간다. 한때 그들처럼 반항아적 사고에 빠져 있던 때를 생각하며 오늘도 변함없이 수업을 진행한다. 두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한 아내로 나름 안정적인 삶을 살아오고 있는 그녀다. 단지 가끔씩 홀로 지내는 엄마의 일이 걱정을 끼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의 외도라는 암초가 드러나고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폭풍이 몰아치며 갑자기 풍랑속으로 빠져드는데…

“다가오는 것들”은 중년에 접어들어 삶에 갑자기 닥쳐온 사건들로 인하여 혼란에 빠진 중년 여성의 상실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무언가 있을 것 같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철학적 대사들과 간결하고 건조한 의미 없어 보이는 듯한 긴 화면들의 부조화는 관객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곤 한다. 
그러나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은 부드러운 배경음악이 이어지며 삶에 대한 진지함과 느슨함 사이의 오묘함을 표현해주는 것 같이 보인다.
남편의 외도에 의한 이혼,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에 의한 출가 등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은 그 외로움을 견디기 보다 수긍하고 보듬는 현명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녀가 쉼 쉬듯 학생들에게 되 뇌이는 철학서의 내용이 그녀에겐 그저 지식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녹아 나고 있음을 말한다. 
주인공은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가진 것의 구속에서 벗어나 없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자유를 만끽한다. 
주인공은 철학이 제시하는 명제들을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지적 충만의 요소로만 이용하지 않는다. 지식은 때에 따라서 자신만의 편안함을 위한 필요 없는 허울이 되기도 하기에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상실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되기에 주인공은 슬픔에 잠기곤 하지만 사라짐으로 해서 드러나게 되는 자신 주위의 소중한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영화는 과거시점 나탈리의 가족들이 바캉스기간이면 가곤 했던 바닷가 절벽 위 한 문학가의 무덤에서 시작된다. 같이 있으면서도 각자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방향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결말을 보여하다. 
그리고 어린 손자의 모습은 위대한 인물의 시작은 그렇게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이 수그러들지만 희망 보다는 어두운 면에 시선이 가곤 한다. 영원히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는 자리에서 생과 멸이 있다는 변불변의 진리를 곱씹어 보며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즐겁고 감사하는 생활을 해보고자 한다.

 

 

1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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