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마음 공부 ] 산이 운다 그래도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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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 공부 ] 산이 운다 그래도 나는 웃는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12.13 11:45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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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문화 평론가

영화줄거리
80년대 중반 중국의 한 깊은 산 속 마을에 라홍과 그의 어린 벙어리 아내 홍시아가 두 아이와 함께 오게 된다. 한편 마을 토박이 한총은 오늘도 마을 과부의 환심을 사기위해 너구리 덫을 놓는다. 그러다 그만 산에 올라간 라홍이 한총이 설치한 덫의 폭발물에 다쳐서 죽고 만다. 한총은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의 의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홍시아를 떠맡게 된다. 그러다 강요로 시작된 한총과 홍시아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움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감춰진 홍시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산이 울다”는 중국의 문화 대혁명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시기에 그것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산 속 마을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안에 인간 군상들의 희로애락과 부조리 그리고 한 인간의 기구한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져준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당시의 사회 문제와 인간 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심리를 말없이 수려한 영상이나 음악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감독은 신파라고 할 수 있는 두 연인의 러브 스토리 위에 폭력으로 침묵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입히고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한 여인의 애절하면서 묵직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얹는 비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또 단순한 이야기 속에 상징과 은유를 촘촘히 넣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들 뒤에 가려져 있는 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잘 표현한다. 
영화 중반부터 주인공 홍시아의 현재와 교차되는 회상 장면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하는 그녀의 과거 모습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과는 달리 자신의 시점 위주로 전개된다.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그녀의 생각은 모호하게 표정 변화와 몸짓 그리고 시선처리를 통해 표현된다. 그리나 글로 자기표현을 하면서부터 그 생각을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게 된다. 살인죄로 잡혀가게 된 한총을 살리기 위해 (사실이었던 아니었던) 자신의 살인 고백을 글로 써내려 갈 때 그 생각의 단호함은 글을 써내려 가는 모습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영화는 하나의 거울에 비친 어린 시절의 주인공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을 표현한다. 산에 오르는 두번의 장면은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이끌려 산에 올라 호응하는 첫 장면은 주인공의 해소하고 픈 욕망의 표현이다. 영화 마지막에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다시 한번 산에 오르는 그녀의 장면이 등장한다. 상상이던 아니던 스스로 산에 올라 대야를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어린시절의 수동적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신적으로 성장한 능동적 어른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주인공이 가진 마지막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원망 또는 감사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지르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이미 그 속에 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은 이제는 깨어나라 소리치며 나서야 할 때라고 일깨워 주는 모습으로 보인다. 나만의 억지스러운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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