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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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2.21 23:3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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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국 돈암교당 교도

영화줄거리
사오리는 싱글 맘이다. 세탁소에서 일하며 아들이 하나 있다. 요즘 그녀는 아들 미나토가 뭔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귀가하지 않은 미나토를 찾아 나선 날 그녀는 아들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고 사실 여부를 알고자 학교를 찾아가 교장과 담임을 만나게 된다. 그 사건과 함께 아들의 친구인 요리도 사건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되며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진실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알 수 없는 상황만이 계속될 뿐이다. 

‘괴물’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한 부모 가족 문제, 교권 추락, 학교 폭력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인간사이의 단절과 고립을 부각시킨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은 잘 짜인 각본과 잔잔하면서도 세심함을 잃지 않는 연출 그리고 감정의 끈을 이어가는 조용하면서도 힘 있는 배경 음악이라 하겠다. 
영화는 하나의 시간 대를 세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반복된다. 앞부분의 비어 있던 것들이 뒷부분에서 맞추어지며 전체 이야기가 완성되는 방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1부는 싱글 맘 사오리의 시선, 2부는 담임 호리의 시선, 3부는 미나토의 시선이다. 각 시선 속에는 빈틈과 왜곡 그리고 거짓이 존재하고 모든 시선들이 하나로 맞춰졌을 때 드러나는 전체 모습은 진실과 거짓사이의 논쟁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 질문은 누가 인간인가라는 질문과 등치 되며 인간과 괴물, 정상인과 광인, 부처와 중생의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 화재 현장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물들이 영화 후반부에는 폭풍우에 휘말리며 자신의 시선을 회복하게 된다. 타인의 일에 무관심했던(=느끼지 못하고, 생기 없으며, 외면하고, 가식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자신의 일로 보게 되며 드디어 서로 소통하고, 책임지며, 느끼고, 솔직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언뜻 비춰지는 또 다른 시선 하나는 교장 선생의 시선이다. 외적으로는 공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이기적이면서도 유아적인 그녀의 모습은 일반적인 어른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런 그녀가 ‘거짓말’이라는 공통 분모로 연결되어 미나토와 함께 음악실에서 악기를 마음껏 크게 연주하며 내면의 아픔을 표출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내면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만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녀가 미나토에게 해주는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말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겠다. 끊임없이 주저하고 비틀거려도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 폭풍이 끝나고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밝은 빛 속으로 뛰어가는 미나토와 요리의 모습은 불투명한 미래지만 밝고 용기 있게 보여 진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이 비극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과 스토리를 판단하려는 나를 본다. 그러나 영화는 그 생각을 모두 놓고 느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생각에 빠져 세상을 바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부처님의 시선인가? 중생의 시선인가?

 

 

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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