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이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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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이루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3.20 18:07
  • 호수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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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타원 이청진 구리 교당 교도

 

3월이 되니 중부 지방에도 봄비가 내리고 마을마다 자오록하게 안개가 머물다 간 자리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반쯤 열린 꽃봉오리가 새초롬하여 눈길을 주니 햇살도 따라와 비집고 꽃술을 보려는지 말갛게 들여다보는 고요 속 소란함이 뜰 앞에 머뭅니다.
특히 이런 봄에는 춘곤증이라 하여 식후나 한낮에 등 뒤로 햇살을 받으면 스르르 잠이 옵니다. 그러나 꼭 봄에만 잠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아침잠 많은 저는 평생소원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새 나라의 어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밤이 늦도록 일하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면 경이롭고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꼭 유념한 날을 빼고는 (예 여행)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일찍 자려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일찍 일어나고 싶어도 눈이 떠지지가 않았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 아니 어른이 되는 것이 평생소원이리만큼 아침 일찍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일인지 누가 깨우지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른 새벽 정확한 시간에 딱 딱 맞추어 깨어납니다. 그렇다고 저녁에 일부러 일찍 자려고 한 적도 없고 굳이 정해놓고 잠자리에 들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 그 믿기지 않던 어른들 말씀이 제게 도착했나 봅니다.
저녁 심고와 기도를 마치면 자연히 잠자리에 들고 아침 심고와 기도 시간이 되면 자연히 일어나지는 이 뜬금없는 소원 성취를 아무 노력도 없이 했습니다. 선물처럼 제게 와버린 평생 소원 성취, 참 어이없고 허무한 방법으로 주어졌지만 나이가 들며 제게 온 선물 불면증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때때로 자연스레 소원 성취를 하여 기쁨의 환희를 느끼며 감사의 기도를 바치고 살아왔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뒤집기가 옆집 아이보다 늦을 때 조바심으로 기다리다가 어느 날 우연히 뒤집고 기고 그리고 처음 걸음마 하기 까지도 날마다 소원 성취를 기도하며 자연스럽게 이뤄낸 은혜의 날들이 있었습니다.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오롯한 두 손 모음이 이토록 그윽할 수 있을까?
새벽이 오는 순간 집 앞 놀이터 느티나무 위에 새들은 봄이 되니 더욱 목소리가 청아해졌는지  삼라만상을 고운 목소리로 깨웁니다.
늦잠 속에서는 절대 새벽 미로 속 안개가 그리 고즈넉한 멋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며 잠이 없어지는 것도 자연의 현상이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소원은 이루어집니다.  의외로 편하고 쉽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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