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놓을 수 있을까?
상태바
나를 놓을 수 있을까?
  • 전지만
  • 승인 2001.04.1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연합회 회장


나의 웃는 입술을...

나의 웃는 입술 말고
세상의 눈물 고리를 보아라.
나의 젖은 눈가를 만지지 말고
시들어버린 꽃봉오리를 보아라.

미소짓는 무지개의
미소 속에 구름이 사라져 가면서.
세상은 붉게 물들어 가고
열매 없는 하루는 저물어 간다.
한 송이 꽃이 떨어지면서
세상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작은 등은 꺼져가면서
어둠 속에 빛을 채워준다.

스스로 지워져 가는 것들,
오! 이렇게 무자비한!
의식 없는 사랑의 놀이를 보아라 !
나의 젖은 눈가를 만지지 말고
시들어버린 꽃봉오리를 보아라 !



이 시는 마하데비 버르마의 힌디시 ‘나의 웃는 입술을...’이란 작품의 부분이다. 피어야 하
는 꽃봉오리는 피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세상. 도서관에서 나는 오늘도 저물어 가는 붉은 해
를 보면서 열매 없이 저물어 가는 내 삶을 반성해 본다.
봄은 사랑의 신이 보낸 종이라지... 그래서 봄은 더더욱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보다.
교정에 하얗게 핀 벚꽃. 봄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꽃잎들.. 하지만 이 꽃잎들은 적어도
세상을 향기로 채워주면서 져버리잖아... 그런데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지? 나의 눈물을 보듬어 주기 위해?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인은 세상의 작은 변화
를 위해 희생하는 것들을 무자비하다 말하지만 욕심으로 나를 채우려는 나 자신보다 더 무
자비한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새삶회 훈련을 나면서 이제는 나도 무엇인가 나의 것을 희생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
는데,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 자신, 그리고 세상에 드러나고자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직
선중이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세상을 구하고자 하셨던 어른님들이 더욱더 커 보인
다. 나를 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어제는 내 욕심대로 안 되는 일에서 많이 요란해
지는 선중이를 보게 되었다. 사심이 아닌 공심으로 일하리라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날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심, 그리고 그 욕심이 채워지지 못할 때 요란해 지는 선중이… 공부
잘해 기특하다 칭찬해주시는 어른님들에게 더더욱 죄송하다. 계속 공부심으로 공부해 나가
야지. 그리고 저물어 가는 하루에서 작은 열매라도 맺을 수 있는 나를 볼 수 있었으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