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서 두만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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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두만강까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8.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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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이 "나"


하루에 8시간 이상 안자면 무슨 큰일이 일어날것만 같던 내가 백두산에 올라가기 위해서새벽 5시에 일어났다. 살아 생전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백두산을 15살의 어린(?)나이에 가본다는 생각 때문에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약간은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 원래 운동은 못했고, 중국에 도착한 날부터 계속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어린 중국 아이들도 간다는데 어린이 중에서는 제일 나이 많은 내가 자
존심 상하게 안 올라갈 수는 없었다. 간단한 준비 운동을 하고 드디어 백두산을 향해서 힘
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교무님께서 지름길로 가신다고 해서 ‘등산길보다 더 험하겠지’ 예
상은 했었지만 우리가 간 길은 약간 과장해서 거의 목숨을 걸고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다.
어제 밤부터 비가 내려서 그런지 땅도 질퍽하고 급경사라서 나무 줄기를 잡고 올라갔는데
나무가 너무 미끄러웠다. 처음에는 그래도 나무를 잡고 올라갔는데 나중에는 맨손으로 올라
가야 했다. 돌에 몸을 의지하려 해도 돌이 흔들거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고...
고소공포증이 있어 다리도 후들거렸다. 바로 뒤에 계시던 연길 환경보호 단체에서 나오신
분이 나를 도와주셔서 숨을 헉헉거리며 험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계속 올라갔다. 힘
들기도 하였지만 끝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에 백두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되새길 겨를도 없었
다.
조심스레 산길을 오르느라 온 신경을 집중했지만, 조금 여유가 생기니 바위 틈새, 나무 밑에
피어있는 생전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았다. 모양이 톱날같이 생긴 꽃도 있고 진달래와 비슷하
게 생긴 꽃도 있었다. 사람의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하고
희귀한 예쁜 꽃들이 많이 있었다.
‘흑풍구’ 라는 곳에서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가 먹고 난 쓰레기와 함
께 그 주위의 쓰레기를 모두 주웠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깨끗해진 흑풍구를 보고 뿌듯
한 느낌이 들었다.
또 다시 천지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기어가듯 2시간 정도를 걸으니 드디어 천
지의 일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으로 천지를 봤을 때의 그 상쾌함, 그 만족감이란 말
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뛰어 들고 싶을 정도의 그 넓고 파란 물이 더위도 가시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내려올 때는 힘이 들어서 차를 타고 내려왔지만 그래도 백두산을, 걸어서 올라갔다는 사실
에 내 자신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다음날, 견학한 곳은 말로만 듣던 두만강이었다. 옛날에는 두만강 물도 마시고 노도 젓고 했
다는데 우리가 가서 보았던 두만강은 그런 정겨운 모습이 아니었다. 거무튀튀하고 거품까지
끼어있는, 흔히 뉴스에서나 볼 법한 오염된 물이었다.
그 곳에서 COD검사라는 것을 하였는데, 오염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그 실험에서 두만강의 물은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급수 수준의 수질결과가 나왔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슬픈 충격이었다.
두만강은 천지에서 발원하여 흐른다고 한다. 어제 본 그 깨끗한 천지의 물이 어떻게 이렇게
까지 변할 수 있는지, 물이 이렇게나 오염되도록 사람들은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단체 아저씨께서 두만강 중하류에 공장들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물이 오염된 것이라
고 하셨다. 지금 두만강에 흐르고 있는 오염된 물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멀리는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급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동북아시아 전체가 오염이 될 지도 모
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번 여행은 녹색기행으로 다녀온 것이라 환경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백두
산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두만강을 보면서 그 아름답던 자연이 망가진 모습
을 보았다. 지치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내가 돌아본 다른 선진국의 외국여행보다 배우고 느
낀 점은 많았다. 항상 엄마처럼 다정하게 돌봐주신 권예주 아줌마, 여성회 임원분들, 교무님
께 5박6일간 편안한 여행을 만들어 주신데 감사드린다. 중국에서 사귄 여러 마음씨 착한 중
국 친구들, 한국 친구들에게도. 짧았지만 함께 어울려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연락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만강의 오염에 대해 방관하지 말고 이제는 어른들이 나서서 두만강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민족이 다함께!! 힘을 모아!!
백두산 천지의 깨끗한 물이 두만강까지 맑게 흐를 그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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