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가며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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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며 보는 세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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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면을유지시켜 주는 인연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는 세상


세계 어느 종교 못지 않은 교리를 갖춘 원불교의 성직자인 교무가 되었다는 데 긍지를 갖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체면 구기는 일을 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체면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는 교법(敎法)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생기는 것이겠건만, 이 회상에 함께 사는 재가 출가 교도들이 사는 모습들이 원불교도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과연 그렇다’고 인정 받을 때 그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다. 원불교신문사 기자라는 직분을 갖고 일할 때,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교단 내 사람뿐 아니라 교단 외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이 내게 던지는 질문이란 참 다양하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질문자의 가치관에 종교는 모름지기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이런 질문들이 있었다.
“통일을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합니까? 북한동포돕기에도 참여합니까?”
“고아원이나 노인, 행려병자, 말기환자들을 위한 사업도 합니까?” “해외에서도 교화합니까?”
“전국에 교육기관은 얼마나 있습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응답하면서, 이 작은 교단에서 벌이는 사업도 참 다양하구나 싶다. 그것은 중앙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통제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성직은 누가 맡긴 직(職)이 아니라. 스스로 맡은 천직임을 알고 기자의 맡은 바 직장에서 그일 그 일에 힘과 정성을 다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이리 자선원에서 있었던 ‘합동회갑잔치’ 취재를 갔었다.
식장인 법당으로 올라가는데 내 코에 익숙하지 않은 비릿한 냄새가 역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후레쉬를 터뜨리는 나를 기쁘게 맞이하는 원생들이며, 그들을 친 가족처럼 흔연히 대하는 자선원 교무님과 직원들을 보면서, 원불교에서도 부랑인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다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답을 들은 사람은 작은 종단에서 그런 시설까지 운영한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면서 원불교의 사회기여도를 인정하고 아울러 그런 원불교의 성직자로서 일하는 나를 내심 공경해주었을 것이다.
그 자선원은 그냥 일상적으로 있었던 게 아니고 나로서는 차마 하루도 하고 있지 못하는 그런 일을 기쁘게 하고 있는 교역자들과 교도 직원들이 있었기에 원불교 교무라는 내 체면을 지켜준 것이다.
이 종교공동체를 끈끈히 연대시켜주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살면서 혹 원불교 교역자로서 나를 인정해주는 현실이 있다면 그것은 곳곳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일하는 법동지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 내 낯만 내놓을 일이 아니다.
반면에 내가 이 사회에 부끄러울 일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법동지 뿐 아니라, 교도들 체면까지 구겨놨으니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일이다.
오늘도 내가 사는 모습은 내놓을만한 것 없이 알량한데 각자 자기 맡은 일을 묵묵히 함으로써 내 체면을 지켜주는 모든 분들이 고맙다.
지은이 나상호 교무
원불교 교정원 교화훈련부
도서출판 동남풍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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