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종교를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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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종교를 바꿀 것인가?
  • 전재만
  • 승인 2001.1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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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국의 종교와 여성학


「페미니즘이 종교를 바꿀 것인가?」 (부제: 현대 한국의 종교와 여성학) 라는 주제를 가지고 가톨릭 대학교 ‘성 평등 연구소’에서는 지난 11월20일 이웃종단의 여성 신학자, 여성 불교학자, 여성 유학자 등 종교 안에서 여성학적인 접근으로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일반 여성학자들, 여성 수도자들이 모여서 각 종단의 성 평등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들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제발표는 가톨릭의 ‘신학의 현대화와 페미니즘’(최혜영 수녀"가톨릭대 종교학 교수) 개신교의 ‘페미니즘은 종교를 바꿔야만 한다’ (정현경"뉴욕 유니온신학대학원 교수) 유교의 ‘페미니스트의 유교 담론: 생산 혹은 생존’ (이숙인" 성균관대 동양철학 강사) 불교의 ‘팔경법의 해체를 위한 페미니즘적 시도’(세등(김인숙)스님"불교학) 원불교의 ‘성 평등적 원불교 교리체계와 여성 교학의 과제’(구명신" 상명대 여성학교수) 발표가 있었고 토론에는 여성학자인 황정미(서울대) 함세웅 신부(가톨릭) 이은선 교수(세종대) 이현욱 교수(동국대) 박윤철 교무(영산대)가 맡았다.
무엇보다도 세미나의 특징은 기존 종교학계나 종교계의 세미나에서 여성학적인 접근이 한 부분 정도를 차지했다면, 이번세미나는 전면적으로 여성학과 종교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모든 종교가 평등과 자유 사랑과 자비를 표방하는 교리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에 구현하는 데에는 제도의 한계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인류의 불평등인 성 불평등을 어떤 면에서는 종교가 지지하고 보존 시켜왔다는 것이다. 여성학자 황정미는 일상의 경험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제도적 차별을 ‘왜 여자는 신부가 될 수 없는가?’(가톨릭) ‘왜 비구니승은 비구에게 복종해야 하는가?’(불교) ‘왜 여자는 자손에게 성(姓)을 물려줄 수 없는가?’(유교) ‘왜 여성 교역자에게만 순결이 요구되는가?’(원불교)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종교와 페미니즘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이념과 제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 그것도 매우 급진적인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의 최혜영 수녀는 여성신학의 과제로 여성 수도자들의 의식고양과 연대를 지적했으며, 개신교의 여성 신학자 정현경은 “살림이스트”라는 용어를 통해 에코 페미니즘의 비젼,즉 모든 것을 살리는 여성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유교의 여성학자 이숙인은 유교의 생명 담론이 갖는 성 불평등을 지적하면서 이론으로서의 유교와 생활로서의 유교를 작용과 긴장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의 세등 스님은 비구니들에게 차별적인 조항을 갖는 팔경법이 현실에서도 엄연히 존재함을 인정하고 성 차별적 제도와 관습들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불교 구명신 교도는 열린 여성 성직제도를 포함한 우리교리의 성 평등성을 소개하면서 교단의 과제로 남녀교무의 결혼제도로 인한 차별과 정녀의 정체성과 순결 이데올로기 문제, 혁신적 교리인데도 유교적인 가족 가치관을 온존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논평을 통해 박윤철 교무는 원불교가 성 평등적인 교리체계를 가지고 출발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이유를 밝히고, 또한 초기 교단의 여성 유공인들에 대해서도 보충 설명을 하면서 더불어 ‘여성교학’ 대해서는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종교의 제도와 교리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역동적인 것이다. 시대를 진단하고 향도하는 것이 변치 않는 종교의 본질 가운데 하나라고 볼 때, 이번 세미나를 통해 여성주의가 종교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회상은 과연 어떠한 사명을 가졌으며, 시대는 과연 어떠한 시대이며, 대종사는 과연 어떠한 성인이시며, 법은 과연 어떠한 법이며, 실행경로는 과연 어떻게 되었으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결실될 것인가” 를 잘 연구하라고 하신 정산 스승님의 대제를 앞두고 다시금 절절히 새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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