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되는 글자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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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되는 글자와 말
  • 전재만
  • 승인 2002.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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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간중학운동의 투사 다카노 마사오의 삶과 희망1939년생 다카노 마사오는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중일전쟁중 만주에 태어난 마사오는 부모도 국적도 모른다. 끝없는 굶주림과 죽음의 일상을 살아온 마사오. 패전후 피난 길에서 적에 잡힐까봐 어른들은 굶주림에 우는 아이들을 목졸라 죽였고, 어차피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하겠다며 자식의 목을 조르는 수많은 어머니들. 그틈에 마사오는 겨우 목숨을 부지해 일본에 도착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마사오는 거지동냥과 끝내는 도둑질, 싸움질, 날치기, 빈집털이로 수없이 경찰서와 소년원을 드나든다. 그러다 15살 때, 싸움을 하다 자기대신 칼을 맞고 죽은 친구를 뒤로 하고 도쿄로 도망친다.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마사오는 도둑질과 싸움으로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계수단이 없는 마사오는 결국, 굶주림으로 죽어갈 무렵 폐품을 팔아 사는 한 조선 할아버지로부터 목숨을 구원받는다. 그리고 처음, 할아버지에게 글을 배우고 자신의 이름을 쓴다. 이후 21살이 되어 호객하는 일을 하면서 야간중학에 다니게 된다. 마사오는 야간중학에 다니면서, 글자와 말을 배우고서야 차별받지 않는 평등의 세상을 난생 처음 발견한다.
어린시절 경찰서에서 이름을 못쓴다는 이유로 무수히 맞고 ‘너같은 놈은 살아봤자 세상에 도움이 안된다’며 ‘차라리 죽으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던 마사오는 야간중학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마사오는 1964년 졸업한다. 그러나 ’66년 문부성과 노동성, 검찰청은 미성년의 낮 노동은 노동기준법 위반이며 밤 교육은 청소년비행을 유발한다며 야간중학을 폐교하려 한다.마사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 해야만 하는 120여만명에 달하는 가난한 어린학생들의 실상과 그들에게 야간중학이 왜 필요한지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글을 써서 전국에 돌리기 시작한다. 문부성과 정부교육 기관, 학교를 두루 돌며, 야간학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고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을 외친다. 옷에다 야간중학폐교 반대를 크게 쓰고 일본열도를 발로 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마사오의 꿈은 점차 실현되었으나, 야간중학이 있어도 차별은 계속되자, 마사오는 6천5백개의 열차 폐목으로 직접 야간중학교를 지어 진정한 교육에 도전 하기도 한다. 이제 야간중학운동을 시작한지, 35년이 되는 마사오는 전세계의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없어질 때까지 교육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배워 ‘나’도 잘 살려고 한다. 마사오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나’만 잘 사는 것은 그가 당해왔던 수많은 차별과 무시, 서러움, 오직 사회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탔던 그 고통을 누군가가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래서 마사오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상(씨알의 사상)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거름의 사상), 모든 세상이 잘되도록 남김없이 썩은 거름이 되고자 한다. 마사오에게 글자와 말은 이 세상에 전쟁과 차별과 가난과 범죄를 없애는, 인간이 그 인간됨을 회복하는 무기인 것이다. 죽는 날까지, 거리를 돌고 사람을 만나며, ‘상쾌하게 객사하고 싶다’는 마사오는 모든 가난하고, 굶주리고,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단순한 지식으로서의 글자와 말이 아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강력한 무기로서의 글자와 말을 보여주고 있다.<박동욱 편집장> 출판사: 사람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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