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를 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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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를 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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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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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8일
송도원 " 가락교당
오전 10시 본격적인 1인시위에 들어갔다. 신기한 듯, 무슨 일이냐는듯 쳐다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들 앞에 내 시선은 어디를 향할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피하게 되고 어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빗속에 10분 20분 30분 1시간, 시간이 갈 수록 처음 마음과 달리 흔들린다. 힘들다.
같은 자세로 그렇게 서있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 비옷 안으로 땀이 차 흘러 내린다. 시선은 시간이 갈 수록 자리를 잡고 당당해 졌지만 역시나 다리 아픈 거는 갈수록 더하다. 다행이 드문드문 안면 있는 법우님들께서 오셔서 응원을 해주셨고 그 순간 만큼은 다리와 허리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반가운 마음에 편안하다.
한편 멀리서 너무나 간절한 음성이 들려온다. 교무님들의 외침. 우리의 외침. 빗속에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린다. 사은님! 은혜로 충만하신 사은님! 어찌하여 저들을 꾸짖지 아니하시나이까? 저들이 핵의 위험을 알면서도 선량한 시골사람들을 속여 자신들의 배만 채우려 하는데 왜 가만히 계시나이까? 벼락을 내려 저들의 잘못을 깨닫게 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와주세요 사은님! 저 우매한 이들이 잠깐의 이익을 위해 나라와 생령을 위험으로 몰아 도탄에 빠뜨리려 하고 있나이다. 저들로 하여금 그들의 잘못을 깨우치고 정법(正法)을 알아 정도(正道)로 들어서게 하옵소서. 이 땅, 전 세계에 핵이라는 위험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 간절히 간절히 비옵니다.

<2일째> 9일
강지원 " 강동교당
4시간 동안의 1인 시위.
10일의 기한으로 시작한 1인 시위의 두번째.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4시간 동안 서있는 것이 무엇이 힘들까’하는 마음으로 동지들을 만났다.
4시간 동안 피켓을 걸고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1인 시위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나의 마음은 결코 온전하지도, 정(定)하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한 물음은 결국 ‘내가 이것을 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바뀌고 그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나름대로의 해답 속에 진행된 1인 시위였다.
4시간 동안의 1인시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의 무거운 육체를 지탱하지 못하여 저리고 쑤시는 나의 발목이 아니었다. 나의 무릎도, 허리도 아니었다. 정말 무심하게 지나가는 많은 대중들, 그 얼굴들. 일상에 지쳐, 찌들어 주변에서 외치는 함성에 애써 귀를 외면하고 지나가는 그 무심한 대중들을 보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힘든 과정이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곁을 지나가는 한전 직원들-분명 그 가운데는 한수원 직원도 있었으리라-조차도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의견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 ‘여기도 한수원 땅인데…’라고 웃으며 이야기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르고 있는 것들을 알리는 것, 관심을 갖게 하는것. 유홍준 교수는 “사랑하면 알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것은 우리의 피켓을 바라보는 대중 뿐만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것을 실행하는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일을 기점으로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자!
대종사님 법 따라 실천하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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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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