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모습 참으로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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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는 모습 참으로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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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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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교우 " 연세대학교 원불교 학생회 03학번
연세대학교 원불교 교우회는 이번 여름 훈련에서 봉사활동을 통한 마음공부 시간을 갖기 위하여 이여솔 교무님의 지도 하에 익산 동그라미 재활원"자활 자립장에서 3일 동안 훈련을 가졌다.
생활인들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을 청소하거나, 배식을 도와주는 일처럼 전반적인 일상을 보조하는 일은 비슷한 시설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경험해 본 일이였다. 그동안 나는 그런 일들을 하면서 별로 보람을 느낀 적도 없었고, 봉사활동의 주 목적인 장애우들과의 거리를 좁히지도 못했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이번 훈련도 꺼려했었으나 동그라미에서의 활동은 그 이전의 경험과는 사뭇 달랐다.
그곳에서의 활동은 전반적인 일상생활 보조, 수익 사업 참여, 생활인들과의 1:1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생활 전반을 보조하는데 있어서 재활원 측에서 최대한 생활인들 스스로 하게끔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는데, 일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그것이 진정 그분들의 자활자립을 돕는 길이라는 것이 많이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동그라미 재활원의 수익 사업은 단순노무로써 상자 접기, 서각, 압화, 홈패션 등이 있는데, 연원회 일동은 압화와 단순노무에 참여했다. 일을 하면서 생활인들에게 일이 힘겹지 않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그분들은 일을 할 수 있기에 즐겁고 힘든줄도 모른다고 하셨다. 한쪽 팔과 입으로 완성품을 묶는 분, 쉼 없이 휠체어를 밀면서 나르는 분, 몇 시간이고 꼬박 앉아서 압화를 하시는 분 등. 쉽게 말하는 노동의 신성함이 그분들의 삶에서는 그대로 배여 나는 것을 보며 많은 반성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활동을 보람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생활인과 1:1 짝짓기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설혹 나의 생각없는 말이 그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너무 조심스러웠고, 억지스레 짓는 웃음 때문에 얼굴 근육이 당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털어내고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가니 일반인과의 대화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지체장애로 걸음이 불편하던 내 파트너 부영씨가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좋겠네요. 제 꿈은 대학생이 되는 거예요.”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그 동안의 생활을 반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게다가 나는 운 좋게도 생활인들의 ‘마음대조일기’를 읽을 기회를 가졌는데, 꾸밈없는 그들의 글 속에서 이들 역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일본의 선천성 사지 절단증 장애인 오토다케 히로타다씨의 말대로, ‘장애란 눈이 나빠 안경을 끼는 것처럼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어쩌면 나는 서울을 출발할 때,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오겠다는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왔다. 병들어 있고 차갑던 내 마음이 훨씬 따뜻해지고, 정말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3일을 되돌아보며, 재활원 식구들의 빠른 자활자립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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