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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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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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의 지구촌 이야기
언젠가 영국의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각 나라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으레 행복할거라는 세간의 ‘막연한 예측’과는 달리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1위는 못살기로 유명한(?) 방글라데시였다. 아울러 아제르바이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2,3위로 뒤를 이었는데 대부분의 행복지수 상위권 국가들은 소위 ‘못 사는’ 나라들이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오히려 하위권에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자살률도? 잘 사는 나라가 높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북구의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은 자살률 세계 1,2위를 다툰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바둥거리지만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많다. 어떤 통계는 99년 코소보 전쟁 때 죽은 사람보다 1년에 일본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럴까?
배낭 메고 전 세계 80개국을 다니면서, 또 지금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여러 나라에서 살아 보며 직접 느낀 ‘단순한’ 결론은 돈이나 물질만으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거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게 물질이라 사람이 결국 물질의 노예가 되어 버리거나 물질을 얻기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사람간의 관계까지 단절되어 소위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것 같다.
행복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못하고 남들과의 비교에서 찾는데도 큰 원인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 달에 5만원만 있어도 행복한데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은 월 5천불을 받아도 옆에서 만불을 받는 사람을 보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문명의 혜택을 못 받고 사는 것이 힘들지만 따스한 인간미가 아직 살아있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일례로 모든 상황이 열악한 이 곳 기니 비사우엔 신기하게도 거지가 없다. 다들 가난하지만 사람들끼리 콩 한쪽이라도 서로 나누며 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있었던 반군과 정부군간의 충돌로 난민들이 대거 발생했을 때도 유엔이나 NGO가 따로 난민캠프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가깝고 먼 친척들이 난민들을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다. ‘까세우’라는 한 도시에 갔을 때 한 가정이 평균 15명 이상의 난민들을 돌보고 있었고 60명에서 90명까지 한 집에 머무는 경우도 봤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친척 20명을 자기집에 몇 달씩 먹고 재우겠는가? 하지만 이 곳은 아직도 자기네들도 당장 먹을 게 없어도 남들이 힘들어 하는 걸 못보고 도와주려는 순수한 ‘측은지심’이 살아 있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다들 가난하니 남들과 비교할 것도 불안해할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경쟁에 쫓기며, 실직을 불안해 하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소위 물질적으로 풍요한 나라보단, TV도 인터넷도 차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지만 오후에 나무 밑에 앉아 마을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며 웃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대종사님의 비전처럼 물질문명과 더불어 정신문명도 깨어 가난한 나라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만한 물질적 조건이 갖추어지고, 잘 사는 나라들은 그 보다 더 중요한 정신이 깨어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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