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교수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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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교수의 세상읽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0.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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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원상서원문에 나타난 노장사상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가 천도교, 증산교 세 종교가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19세기를 한국정신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시기였다고 말한 바를 밝힌바 있다. 그리고 이들 세 종교는 한국인의 전통적 신앙이었던 불교, 유교, 도교의 영향을 다 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원불교는 불교, 천도교는 유교, 증산교는 도교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는 점도 밝힌바 있다.
실제로 원불교에는 불가사상 말고도 유가사상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들이 경전 곳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四恩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가는 불가나 도가와 달리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사상이다. 유가에서 최고 가치인 仁이 이런 사실을 여실히 말해 주는데 仁을 풀이 하면 人(사람)이 二(둘)이라는 뜻인데 둘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사회적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은 이런 사회적 관계와 직결된 은혜인데 그렇다면 원불교 사상의 한 축에는 분명 유가적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도가사상은 유가사상과 달리 교리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有爲’보다는 ‘無爲’를 추종하는 老莊의 기본 사상은 교리에 분명 숨어 있다고 본다.
노장철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의 하나인 <도덕경>, 그 중에서도 핵심인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으로 시작되는 제 1장을 살펴보자.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
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
此兩者同出而異名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이 글에서 우리들 관심을 끄는 대목은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無名은 천지의 시작이며, 有名은 만물의 어머니이다)”이다. 왜냐하면 <일원상서원문>을 보면 “有常으로 보면...”과 “無常으로 보면...”이라는 대비적 표현이 나오는데 <도덕경>에서도 ‘無名’과 ‘有名’의 대비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 문장인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에서 ‘常道’와 ‘常名’의 대비법에서 사용한 ‘常’도 <일원상서원문>의 ‘有常’과 ‘無常’의 ‘常’과 같기에 관심을 더욱 끌게 된다.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면 <일원상서원문>의 ‘有常’은 <도덕경>에서 ‘無欲’과, 또 <일원상서원문>의 ‘無常’은 <도덕경>의 ‘有欲’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원상서원문>은 “有常으로 보면 상주불멸로 여여자연 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상주불멸이란 보통사람으로선 쉽게 이해되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덕경>의 “常無欲以觀其妙” 경지가 아닐까? 즉 “항상 無欲하면 그것으로서 세상의 妙함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세상의 그 묘함을 볼 수 있는 단계가 바로 상주불멸의 이치를 깨닫는 단계로서 그것은 곧 무욕의 상태가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無常으로 보면...’도 마찬가지 논리이다. <일원상서원문>에서 “無常으로 보면 우주의 成住壞空과 만물의 生老病死와 四生의 심신 작용을 따라 六途로 변화를 시켜 혹은 진급으로 혹은 강급으로 혹은 恩生於害로 혹은 害生於恩으로”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도덕경>의 “常有欲以觀其(항상 有欲하 면 그것으로서 세상의 함을 볼 수 있다)”와 관련이 있다. ‘(요)’ 함이란 세상의 무쌍한 변화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일원상서원문>에서 말하는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노병사와 사생의 심신작용” 모두가 ‘’함이 아닐까? 또 거기에 “육도로 변화를 시켜 진급과, 강급으로, 그리고 은생어해와 해생어은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또 다른 ‘’함의 표현이 아닐까?
또 <도덕경>은 이어서 “兩者同出而異名(양자는 서로 명칭만 다른 뿐 같은데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것 역시 일원상서원문의 ‘能以成有常하고 能以成無常하여’의 표현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렇게 보면 노장의 핵심 사상이 <일원상서원문>에 잘 반영된 셈인데 노장사상이 유가, 불가와 더불어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호흡해 왔던 숨결이었다면 <일원상서원문>은 우리 조상의 전통적 진리관, 나아가 신앙관을 제대로 반영한 텍스트가 아닐까?
성균관대 /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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