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상태바
정인신 교무가 들려주는 산속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1.0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오덕까페에 초대합니다.


가을 속으로 겨울이 내립니다. 마당 앞 산수유가 빨갛게 익어가고 곱게 물든 은행나무위에 흰 눈이 내렸습니다. 앞산 잣나무 가지에 하얗게 눈꽃이 피고, 물안개 속에 잠겨있는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니 입동을 하루 앞두고 일어나는 사시순환의 진리를 놀랍도록 느끼게 합니다. 아! 어느새 이렇게 겨울이 오고 있네요. 바람결이 제법 쌀쌀해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훈련원 본관 벽돌을 쌓고 있는 인부들을 위해 따뜻하게 난로를 피웠습니다.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을 느끼던 10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오덕원 식당이 좁아 야외식당 바람막이를 하는 일이었는데 박교무님이 공사장에 버려진 나무를 모아 작업을 하기에 제가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50만원의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죠. 지난 여름 곳곳에 텐트를 치고 그늘을 만들어 쉼터를 마련했던 솜씨를 기억하고 있지만 이 어설픈 자재로 어떻게 휑한 공간을 메울 것인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공이 아까우니 문짝만이라도 새것으로 달자고 해도 그라인더로 갈아 때를 벗겨내고 짝을 맞추어 냈습니다. 거기에 비닐을 두르고 바닥에 보온 덮개로 깔았습니다. 창가 쪽에 책상을 놓고 한켠에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지요. 그리고 오덕까페라 명명했습니다. 종일 각목과 쫄대를 잡아주는데 힘 있게 반듯하게 못한다고 퉁을 먹으면서도 쓱쓱 나무를 자르고 신나게 못을 박는 박교무님을 보면서 도저히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안교무님과 옥순님은 의자와 탁자를 닦고, 어쨌든 우리 가족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이 사랑스럽고 정겹습니다. 이제 그 공간을 따뜻하게 데워줄 난로가 필요해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죠. 그래서 고물상을 몇 차례 돌았지만 경제가 어려운 만큼 파는 사람도 없고, 또 찾는 사람이 많으니 쉽지 않았죠. 날씨는 추워지고 공사는 진행되고 급한 마음에 새 난로를 하나 구해 불을 지핍니다. 난로 모양이 어려움 속에서도 칠전팔기 일어나는 오뚜기 모양 같다네요. 하루 일을 마치고 둘러앉아 피곤한 몸을 풀며 얘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때로는 고구마도 구워먹곤 한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문득 대산종사님을 생각했습니다. 신도안에서 모시고 살때였죠. 방학에 학생들이 오면 공부할 책상이 없을 때 사과 궤짝 한쪽을 뜯어내고 포대 종이를 붙여 옆으로 세워서 안에 책을 넣고 사용했던 일이 떠오르고, 왕궁에서는 뚜덕뚜덕 만들어진 비닐하우스 응접실에서 법문을 받들고 세계평화를 염원했던 일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를 깨닫습니다. 우리가 앉은 자리가 관을 뜯어 만들었다는 말에 어떤 분은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지만 그 자리에 앉아 생과 사가 둘 아님을 알았다지요. 대종사님께서 실시품에 말씀하시기를 조각종이 한 장 도막연필 하나며 소소한 노끈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아니하시고 아껴쓰시며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쓸 줄 모르는 사람은 빈천보를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지요. 모든 일이 그때 그 상황에 맞게 활용되어질 수 있다면 분명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이 되어지리라 믿어집니다. 교무님! 교도님! 시와 음악과 차와 따뜻한 난로가 있고 저희들의 정성이 담긴 오덕까페에 초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