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有對心과 無對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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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有對心과 無對心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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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자책을 읽으면서 마음대조


원봉공회는 연말을 맞아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은혜나눔 행사 중 하나인 독거노인식료품 지원사업을 위한 쌀 10kg짜리 20포대를 12월 7일 희사 받았다. 서초교당 은명규 교도의 인연으로 (사)전국산림보호협회 서울특별시협의회로부터 후원받은 이 쌀은 서울회관 인근의 독거노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일 년 동안의 안식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동안 학교 생활에 바빠서 미처 읽지 못했던 동서양 고전들 중 몇 권을 차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위안으로 작용합니다. 매일 전공 서적만 접하다가 고전들, 그 중에서도 동양의 고전들을 접하면서 왜 이런 책들을 진작 가까이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와 함께 인생을 한 번 더 관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달은 <莊子>를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교전>이 ‘교과서’라면 <莊子>와 같은 동양 고전들은 ‘참고서’ 역할을 하는 듯싶습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교과서를 열심히 읽어야 하지만 참고서를 접하다보면 교과서 내용이 더욱 또렷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불교가 유불선이라는 우리의 전통적 사상에 기반 해 있다면 <莊子>는 좋은 참고서임에 틀림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莊子>는 중국 문헌 가운데 최고의 문학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여기에 동원된 은유와 환유, 그리고 비유는 중국의 어떤 고전과도 비교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재 교육의 목표를 (사회과학적) 분석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압축한다면 이런 가치들이 이 책에 잘 용해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우리들의 실존적 문제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또 진솔 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莊子>를 읽으면서 좋은 글들을 많이 만났지만 우리들 마음공부와 관련해서 <山木> 편에 나오는 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 하나가 떠내려 왔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배에 부딪쳤습니다. 그 배에 탔던 사람은 성질이 좀 급한 사람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떠내려 오던 배에 사람이 탔었더라면 비켜 가지 못하겠느냐고 당장 고함을 쳤을 것입니다. 한번 고함을 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한번 고함을 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결국은 고함에 욕설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害 하겠습니까? 참으로 쉬운 글입니다. 그리고 우리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쉬운 글을 통해 莊子는 우리들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면서 상대방을 의식하는 ‘有對의 마음’과 의식하지 않는 ‘無對의 마음’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이 有對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권력, 재력, 친분 등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깝게, 또 멀게 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 글을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은 마음공부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자괴감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다가와 갑자기 저에게 말을 건네면 그를 有對心으로 대할까 그게 걱정입니다. 성균관대 /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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