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짓기-나눔의 경제학-오현숙의 생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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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짓기-나눔의 경제학-오현숙의 생활의 발견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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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콩 한조각도 나누어 먹는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 문화 류씨 10대 종가인 운조루(雲鳥樓)가 있다. 이 집이 유명한 이유는 쌀 3가마가 들어가는 200여년 된 원통형 뒤주 때문이다. 이 뒤주의 문짝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어있는데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쌀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분배와 기부의 경제학을 몸소 실천하는 문화 류씨 집안의 넓은 마음씨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라는 옛말처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 부자가 아니더라도 나누는 행위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번 돈을 선뜻 나눠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생각을 가져야 애써 번 돈을 선뜻 나눠 쓸 수 있게 될까? 그 해법은 원불교의 「인과, 복 짓기, 보은, 감사,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가르침에 있다고 본다.


한 업체 사장은 “내 손안에 있다고 해서 내 돈이 아니다.” 라고 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100원의 강의료를 벌었다고 했을(결과) 때, 이 중에는 70원은 나의 능력, 나의 노력(원인1)이 가져다 준 대가이다. 그러나 나머지 30원은 학교에서 나를 채용해 주고, 학생들이 내 강의를 들어주고, 가족들이 내가 일할 수 있도록 이해해 주고 도와 주고, 지하철 기관사가 안전 운행해 준 덕분에 학교까지 무사하게 도착하고… 등(원인2)과 같이 나의 능력이나 노력과는 무관한 것들에 은혜를 입은 덕분이다. 따라서 30원은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쓰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생각이 「복 짓기=나눔」의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복 짓기=나눔」의 기본자세는 「내가 입은 은혜(사랑)의 환원=보은」이다.


그러면 보은의 대상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가 문제가 된다. 그거야 당연히 자신이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갚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가장 큰 은인은 직접적으로 내게 도움을 주신 분이겠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 분과 인연을 맺게 해주신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가 없다면 불가능 할 것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은혜를 입은 분이 세상에 없거나 멀리 있어서 보은이 불가능 할 경우에도 간접적인 은혜 제공자인 법신불 사은님에 대한 보은은 가능하다. 이런 논리로 보면 「복 짓기=나눔」의 대상은 이 세상 모든 부처님(처처불상)이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교당에 내는 보은헌공금이나 기타 단체에 내는 기부금이 아까울 까닭이 없고, 오히려 이런 능력과 기회를 주신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에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얼핏 생각하면 「복 짓기=나눔」의 행위는 굉장히 비경제적인 행동으로 비춰지기 쉽다. 그러나 「복 짓기=나눔」만큼 경제적인 행동도 없다. 왜냐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선 「복 짓기=나눔」을 통해 느끼는 커다란 만족감과 행복감을 들 수 있다. 이때의 행복감은 나 혼자 배불리 먹었을 때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복 짓기=나눔」의 행복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 짓기=나눔」을 통한 이타적 경제행위는 소비할수록 만족도가 상승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복 짓기=나눔」은 내게 정신적인 효용을 가져다 준다. 이와 더불어 상대방이 내게 주는 행복감 또한 전혀 예기치 못했던 덤이다.


또 하나 「복 짓기=나눔」은 ‘인연 만들기=연원달기’의 기초가 된다. 같은 사람을 상대로 지속적인 「복 짓기=나눔」행위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지고 내가 믿는 종교에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운동이 확산되어 간다면 새로운 신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이문교당 /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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