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다녀오소서, 버지니아텍의 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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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다녀오소서, 버지니아텍의 꽃들이여!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4.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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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진정한 정신, 삼대력의 가치를 세우는 계기를 삼아야

슬프고도 참담한 일이다.


젊음과 지성의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봄날의 캠퍼스를 피와 비명으로 얼룩지게 하다니. 더구나 그 죄악과 고통의 장본인이, 미래 세계의 정신·도덕 문명을 선도해야 할 이 땅에서 이 겨레의 핏줄로 태어난 청년이라니.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비인도적인 만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한미 FTA의 체결과 한반도 평화 협력, 양국 국민의 교류증가로 성숙해 가는 양국의 선린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절망의 잿더미에서 희망의 싹을 보아야 한다. 사건의 현장에는 제자들을 구하고 총탄에 죽어간 살신성인의 노교수가 있었는가 하면, 기지를 발휘하여 여러 동료들을 구해낸 용감한 학생도 있었다. 사건 다음날 치러진 위령식에는 부시대통령 부부와 온 대학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서로의 마음을 달래는 공동체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을 인종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성장한 미국인이 낸 사고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성숙한 미국시민의 태도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진정한 정신력, 삼대력의 밑받침이 없는 물질이나 지식이 얼마나 허망하고, 때로는 얼마나 포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건이다. 그렇다고 하여 한 광인(狂人)의 어처구니없는 죄과를 과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건전한 미국이나 한국의 시민도 한국의 국민성을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도, 현지의 교민도 차분하고 절도 있게 대처해야 한다.



이번 일로 미국 이민과 유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섣부른 일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자 최대 규모의 경제대국이다. 재작년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한국이 1인당 소득 측면에서 미국에 이어 2위가 되리라는 낙관적 전망이 있었다. 가진 자원이라고는 좁은 국토와 조밀한 인구뿐인 우리 현실에서 선진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여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더구나 우리의 취약한 교육제도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력한 정치현실을 감안하면 상당부분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유학과 취업의 추세를 백안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감한 청소년기에 전혀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정서적 문제와 과도한 스트레스를 자상하게 관리해 주어야 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원불교가 미주총부를 건설하고 미국교화를 본격화하는 길목에서 현지인교화와 함께 교민, 특히 청소년교화에 주력하여 종교적 심성을 함양하는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접하는 오늘, 이 순간, 그저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원불교인들은 마음을 모아 일심(一心)으로 희생자들의 천도를 기원할 일이다. 젊은 영가들이시여! 정업은 난면(難免)이니 업장을 소멸하였다 생각하시고, 온갖 집착과 분노의 고통을 여의고 청정한 마음으로 쉬었다 돌아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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