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가와 조선학교지원모금-황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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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가와 조선학교지원모금-황의중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5.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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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제는 우리도 조선학교를 알 때


이선종 서울교구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에다가와 조선학교지원모금>의 공동대표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여기에는 종교계의 구색을 맞추고 싶다는 것 이상의 뜻이 있었습니다. 단지 이번의 한시적인 모금운동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조선학교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이는 원불교에서 조선학교에 관심을 지니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런 일일 듯하다는 막연한 느낌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둥그런 원 때문인지 생활속의 실천을 중시하고, 또 이미 우리사회 문제에 중요한 실천업적이 있어서인지 네가지 은혜(四恩) 중에 동포은(同胞恩)이 들어가 있어서인지….


교구장님께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선뜻 관심을 표명해 주셨습니다. 고맙고도 다행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이는 아마 <조선학교>문제이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는 누구도 <조선학교>라는 말 앞에서 무엇을 내세우거나 또는 도망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말과 민족혼을 지켜 온 학교, 그것도 일본이란 땅 안에서.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얼마나 값진 일인지, 우리들은 막연하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새까맣게 모르고 지냈던 6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일본의 냉대과 탄압 속에서 자신들만의 힘으로 150여개(지금은 120여개)나 되는 학교를 만들고 지켜왔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비록 초라한 교실과 좁은 운동장이지만 밝고도 바른 동포 아이들의 표정을 접하게 될 때, 우리들은 슬며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해 왔던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음 한 구석에서 힘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민족이 지닌 어떤 힘, 바르고 떳떳함이 지닌 어떤 힘, 통일에 대한 어떤 희망과 기대마저도. 해방 후, 일본 땅에 남아 살게 된 60만의 재일조선인들이 “돈 있는 사람은 돈을, 힘(노동력) 있는 사람은 힘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을” 내서 만든 학교가 조선학교입니다. 더 이상 내 자식들을 일본 땅에서 일본사람처럼 행세하며 자신을 속이고 비굴하게 살게 할 수는 없다며 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부모들은 운동장의 돌을 고르고, 선생님들은 월급도 없이 밥을 얻어먹으며 가르치고, 일본 학생들 속에서 기죽고 살던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가갸 거겨”를 소리 높여 배웠습니다.


일본정부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자, 이를 가만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일본 땅에 조선학교는 인정할 수 없다. 일본을 떠나든가 아니면 아이를 일본학교로 보내라”며 학교를 폐쇄했습니다. 못질하고, 우는 아이들은 교실에서 끄집어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재일조선인들은 결코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학교를 지켜냈고, 대학까지 만들었습니다. 남쪽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동안, 북쪽 정부는 이를 지원했습니다. 냉대와 탄압과 멸시의 땅 일본에 홀로 외롭게 남아 살던 재일조선인들은 이 지원(교육지원금)에 감격합니다.


“아! 우리에게도 조국이 있었구나.” 일본정부는 이후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있고, 국제적인 체면도 있어 학교폐쇄와 같은 노골적인 탄압은 하지 못하고 방치합니다. 일본학교라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차단한 채 스스로 지쳐 포기하게 하거나, 음성적으로, 또는 기회가 되면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냅니다. 조선학교가 없었다면 재일조선인들은 지금 쯤 모두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학교 하나를 아무런 도움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는 우리의 경우에 빗대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재일조선인들이 <우리학교>라 부르는 조선학교는 60여년 간 1세, 2세, 3세, 4세의 피와 땀이 배인 곳입니다. 자신들을 지키는 생명선이라며 혼신을 바쳐 지켜 왔기에 그 안에는 자연 그들의 고난만큼 그들의 열정과 헌신만큼 소금 같은 알갱이가 쌓여 있습니다. 조선학교는 그래서 <보물창고>입니다. 어떤 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사회는 이제야 조선학교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4년 전인 2003년 12월, ‘망언제조기’라 불리는 일본 우익세력의 간판인 이시하라 지사 명의로 도쿄도가 재판을 걸어왔습니다. 에다가와 조선학교에. 도쿄도 땅이니 학교건물을 헐고 운동장을 내어 놓으라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라는 통보였습니다. 재일동포도 일본의 양심세력도 들고 있어났고, 한국시민단체도 가담했습니다.


재판은 지난 3월, 3년3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결국 도쿄도는 실질적으로 패소하고, 현 땅값의 10분의 1 가격인 1억7천만엔(14억원)에 학교가 토지를 매입하는 것으로 종결되었습니다.


한국사회도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는 몇 푼의 지원이란 뜻이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조선학교를 제대로 알자는 뜻입니다. 그들의 떳떳한 고난과 그들에게 한 맺힌 분단의 아픔을 이제라도 이해하자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하고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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