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의 순환적 시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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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의 순환적 시간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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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도 문화 가까이 보기 - 인도의 첫인상 2

인도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하자면 소소한 일 한 가지 처리하는 데 한 번에 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델리대학에 방문교수로 왔다가 금년 일 년을 더 있기로 해 비자연장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한국에 가지 않고도 비자 연장이 가능하다고 해 그렇거니 생각하고 무심코 학과장 편지한장 받아서 이민국에 갔던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로 나는 이민국을 서너 번 이상 방문해야 했고, 이민국에서 나와서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간신히 비자를 연장을 할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에서 두 번이면 되는 일을 이곳 인도에서는 서너 번을 가야하고, 한번가면 한없이 기다려야 하므로 하루 종일을 잡아야 한다. 인도에서 인내심은 필수이므로 한국처럼 빨리빨리 혹은 원스톱 서비스에 길든 사람들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몇 가지 일을 볼 수 있지만 인도에서는 소소한 일이라도 하루에 하나 제대로 되어지면 천만다행인 것이다.


처음 집을 구해 살던 데서 새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문짝 하나와 부엌에 달린 작은 문 두 세 개를 새로 갈아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 같으면 하루면 끝날 일이었기에 크게 부담 느끼지 않고 이사부터 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이 걸려 겨우 일을 끝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자 목공 두세 명이 매일 와서 일을 하는 바람에 델리교당 교무님과 덕무님이 와 계셔야 했다. 문짝하나 만드는데 사흘이 걸리는데 바라보는 우리가 다 답답할 지경이었다.


델리교당도 신축 중에 있는데 한국에서 금년에 오신 교무님은 더워지기 전에 일이 되어 이사를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월 초에 완공된다던 약속이 2주일, 3주일, 한 달, 두 달하며 몇 달이 지나고 있다. 교무님께 여기는 일이 끝나야 끝난 것이지 약속 믿고 기다리면 실망하게 된다고 위로의 말을 하기도 했다.


약속 어기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은 인도인의 생활습관과 느림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인도는 수도하기 좋은 나라’하면서 마음을 돌리면서 웃고 만다.


한국인들과는 달리 인도인들은 같은 문화 속에 살기 때문인지 한국인들처럼 답답해하지 않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느림의 생활문화 속에는 인도인의 시간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서구인들처럼 아침과 저녁을 하루로 생각하거나 삶과 죽음을 시작과 끝으로 보는 직선적 시간관념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혹은 이생과 내생을 연속으로 바라보는 순환적 원환적 시간관념을 가지고 있다. 인도인들은 오늘 안 되면 내일 될 것이고, 내일 안 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하는 일도 오늘 못하면 다음날 하면 되고, 이생에 안 되면 다음 생에 하면 된다고 믿는다.


한국에서는 사업을 하건, 공부를 하건, 잠 안자고 남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노력해야 성공한다고 가르친다. 그 덕분에 한국은 고속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부지런함에 익숙한 필자도 정말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며 잠을 못자는 때도 많았다.


그러다가 빠름에 지쳐 느림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개발되지 않은 나라 혹은 30~40년 전의 한국의 시골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인도에 와서 생활하면서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오후 2-4시 까지는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은 그 시간에 잠잔다는 사실을 알고 참 인상 깊었다. 돈 벌고자 혹은 남보다 잘 살고자 악착스럽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낮잠을 즐기면서 사는 인도인들이 별세계 사람같이 보였다. 처음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나갔다가 대낮에 그것도 주말이나 공휴일도 아닌데 가게 문이 닫혀있어 허탕치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 황당하고 우스웠지만, 살면서 그들의 여유로움이 가난함 속의 풍요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사는 것이 무엇이 대단하다고 경쟁하며 스트레스 받아가며 부자 되려고 성공 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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