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는 사람만 죽는 게 아니다.
상태바
전쟁에서는 사람만 죽는 게 아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11.1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생존권은 가장 기본적 권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부분에 전쟁이라는 말을 쓴다. 입시전쟁, 사랑과 전쟁, 쓰레기와의 전쟁, 정부와 언론 간의 전쟁, 대통령 후보 간 자질 검증 전쟁, A 회사와 B 회사 간의 마케팅 전쟁, 야구의 대포전쟁, 축구 국가대표팀의 원톱 전쟁, 드라마 <쩐의 전쟁> 등등…. 이처럼 우리는 전쟁이란 말을 그 뜻이나 내용에 크게 개의치 않고 쓰고 있는데, 이때 쓰이는 전쟁의 의미를 살펴보면, 대개 치열한 경쟁, 필수 제거, 매우 급박함, 폭력, 적자생존의 상황, 질서의 파괴 등 무엇인가를 강하게 표현할 때 쓰인다.


전쟁이라는 말이 너무나 일상에서 자주 쓰여서 그런지 우리들은 이제 머릿속에 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 참혹함이나 반인권적 상황을 떠올리기보다는 그저 성능이 뛰어난 무기들과 강해 보이는 군복차림의 군인을 떠올리는 정도로 가볍게 넘겨 버리기까지 한다. 이라크전쟁이 실시간으로 매체 중계가 되는 환경에 익숙한 우리에게 무인조종 되는 최첨단 무기, 영화에서나 본 듯한 멋진 헬멧과 선글라스로 무장한 군인아저씨를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생존권은 가장 기본적 권리


그러나 불행하게도 2007년 오늘도 역사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사람을 죽고, 죽이는 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현실이다. 가까이에는 이라크전쟁에서 65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수천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100일 동안 100만여 명이 내전으로 목숨을 잃었다.(하루에 일만 명) 인권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혹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면 ‘살아갈 권리’ 즉 생존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전


쟁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집단적으로 파괴한다는 것만으로 가장 반인권적 범죄행위이다. 또 그 피해자의 많은 부분은 전쟁과는 무관한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해진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피해는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학교를 다닐 나이에 총을 드는 아이들, 강간당하는 여성들, 그에 따른 원치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고통 받는 부모와 아이들, 차별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점령지의 사람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고 막연히 국익(집단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죽음의 전장으로 내몰리는 군인들, 사람 죽이는 살상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늘 소음과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군사 주둔지 주변지역에 사는 사람들, 땅을 빼앗겨야 하는 사람들(대추리),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적 외상(극단적 폭력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가 전쟁의 이름으로 평화롭게 생존해야 할 권리를 저당 잡힌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살펴야 할 세금이 무기 거래와 파괴된 사회시설을 다시 만드는 데 들어가는 것, 언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일지 모르는 전쟁폐기물 등은 긴 시간 동안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져야 할 삶의 고단함이다. 파괴된 자연과 세상에 공존해야 할 뭇 생명들의 죽음은 전쟁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되돌릴 수 없는 상처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렇듯 전쟁은 단순히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있다. 2007년 10월 정부는 이라크에 주둔중인 한국군 파병기간을 1년 더 연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년을 평가하면서 이라크 파병은 효율적인 정책이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파병연장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도 많다. 그러나 전쟁으로 황폐화된 인간의 삶,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국익(이익)과 명분이라는 목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지켜야할 것이 한나라의 이익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가 신중히 되돌아 봐야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인간은 누구에게나 평화적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평화를 이야기할 권리가 있고, 평화를 만들 권리도 있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전쟁의 목적과 화려한 무기들 너머 저편에 숨죽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성에 귀 기울이고, 전쟁의 고리를 끊어내는 활동은 모든 인권을 위한 활동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