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신불 일원상 부처님의 신앙과 수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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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불 일원상 부처님의 신앙과 수행4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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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현성 교도와 함께하는 정전공부9

원불교인이라면 누구나 법신불 일원상 부처님에 대한 서원으로 우리의 내면을 가득 채울 때 비로소 중생의 천형(天刑)인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다.


중생들의 마음 작용이란 마치 구름이 언제 달을 가릴지를 알 수 없듯이 변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구름이 달을 가리듯, 마음 밭에 비가 내려 잡초가 가득해지면 이 잡초들 하나하나와 씨름을 해서는 잡초들을 좀처럼 제거하기 어려운 법이다. 무성한 번뇌와 밀려온 업력들과 씨름을 해서는 이들을 대적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종사님께서도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니,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워서 마음이 거기에 전일하면 작은 욕심들은 자연 잠잘 것이다”고 하셨다.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욕심과 큰 서원이란 무엇이겠는가? 욕심이란 우리 공적 영지의 광명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하는 구름이 아니겠는가? 이런 구름들은 경계를 따라 수시로 일어난다.


그러나 마치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어느 새 잡초가 쓰러지듯이, 따스한 바람이 불면 한겨울 쌓였던 지리산 산골짝의 눈도 어느새 녹아 버리듯 우리 심전에도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추상같은 서리가 있어야 하고, 밀려오는 업장을 녹일 수 있는 따스한 봄바람이 필요하다.


내 마음 밭에 무성해진 잡초를 제거하고, 쌓인 눈을 치우려는 노력도 잡초와 업장을 분별하기 위해서 필요하겠지만 백이면 백, 이와 대적하는 데에만 매달리면 번뇌와 업장의 세력에 밀려 쓰러지게 된다. 마주해서 대항하려고만 하는 것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신불 일원상 부처님과 합일하려는 우리의 간절한 서원이 있으면 가능하다. 우리가 일원상 서원문이 지니는 위력을 깨닫고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할 때 서원이 곧 심전의 잡초를 제거하는 가을의 서리이고 업장을 녹이는 봄바람이 되는 것이다.


경계에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부딪치는 순간순간의 작은 경계도 있지만 전 생애를 통해서, 아니 다른 생으로 몸을 바꿔가며 해결해야 하는 경계도 있다. 이런 경계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오욕 따라 피어오르는 번뇌와, 한없는 생을 오고가며 이미 저 깊은 무의식 속에서 은산철벽처럼 굳어진 업의 마장들이 모두 경계들로 나타나는 것이다.


경계들이 다가왔을 때 어떤 이는 상근기라서 수월하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중하근기 중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위에서 거기가 묘 자리라고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 고통의 바다에서 자멸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도 괴롭게 하면서 결과가 허무해질 때 비로소 정녕,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라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되는 대단히 고통스런 경계도 있다.


주위 인연이 이렇게 길 아닌 길을 갈 때 대개는 팔자타령 속에서 고통스럽게 함께 헤매게 되지만 적어도 대종사님 법을 수행하는 원불교인이라면 경계에 빠져 또 다른 고통을 낳는, 해생어해[害生於害]의 삶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은혜를 생산하는, 은생어해[恩生於害]의 삶으로 운명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고통을 은혜로 바꿔가며 살아가는 ‘팔자 고치기 비법’이다.


그러려면 바깥의 법신불 일원상 부처님을 우상으로 모시는 신앙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법신불 일원상 부처님을 찾아서, 이 분과 함께 하겠다는 간절한 서원의 줄을 놓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내 안에 계시는 이 분과 늘 함께하며 순간순간 경계가 왔을 때 멈추고 분별할 수 있는 수행, 경계 앞에 멈추면서 이 고통을 공부의 기회로 감사하며 은혜로 돌리는 수행, 내 안의 이 분께 진솔하게 나를 고백하는 수행의 순간들이 새털처럼 쌓일 때 비로소 운명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력이 생기는 것이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참으로 영원한 나의 소유는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다”고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가?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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