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 녹색을 ... 바야흐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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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녹색을 ... 바야흐로 봄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3.1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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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시경(서울봉공회 시민환경분과위원)

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춥고 길어 투정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훈훈한 봄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 곁을 맴도는 봄이 되었습니다. 굳이 초록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왠지 자그마한 화분 하나 집안에 두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공연히 마음이 들떠 친구들과 양재동 꽃시장엘 들렀습니다. 호접란, 철쭉, 줄장미, 선인장,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꽃들이 피기 시작한 꽃시장에 처음 가본 저는 ‘와, 이런 데가 있었구나’ 싶을 만큼 그저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제 손에만 오면 아무리 키우기 쉽다는 식물도 그만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탓에 이제 화분은 안산다고 맘 속으로 다짐했건만 꽃세상에 취해 철쭉과 아이비 화분을 덜컥 사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회하며 화분자리를 정하고 보니 집도 환해지고 제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습니다. 요즈음엔 무더기로 피는 분홍빛 철쭉과 연녹색 새순 돋는 아이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굳이 계절이 바뀌지 않더라도 실내 환기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식물들은 건강의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키우기 쉬우면서도 공기정화와 심신안정 효과가 탁월한 실내식물들은 각종 가구나 화학제품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발성 유기물질과 조리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미세 먼지 등을 흡수하고 몸에 좋은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실내로 방출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이 많아 먼지가 날리는 거실에는 행운목이나 고무나무,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선인장이나 산세베리아는 침실에, 어둡고 습도가 높은 화장실에는 암모니아 가스 제거 능력이 탁월한 관음죽이 좋고 스킨서스나 스파티 필럼은 부엌에서 조리 중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고 하네요.


이런 식물들은 우리가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서 그렇지 시장 어귀 화원이나 길거리 화초트럭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들이랍니다.


화분만으로 꾸미는 실내정원보다 넓은 공간이 있는 가정이라면 간단한 야채를 가꾸어도 좋을 듯합니다. 실내식물들과는 달리 수확의 기쁨까지 누리게 하는 상추나 고추,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볕 잘 드는 베란다나 옥상 등에서 키우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기쁨을 줍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찌꺼기를 EM이나 발효흙에 넣어 스스로 퇴비를 만들어 옥상농사 지으셨던 화곡교당의 한 교도님은 배추벌레 잡느라 관절염 생길 뻔 했다고 우스개 소릴 하셨지만, 열심히 가꾸신 채소들을 주변 분들과 나누면서 한번 더 웃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표정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도 서울교구 봉공회의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집에서 음식물찌꺼기로 만든 퇴비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처의 주말농장에서 텃밭농사를 지었던 적이 있습니다.


흙이라곤 만져본 적 없었던 제가 8평짜리 큰(?) 농사를 짓자니 실수도 많았지만 겨우내 딱딱해진 흙을 곡괭이로 뒤집어서 얽힌 뿌리와 돌들을 골라내고 퇴비와 섞은 후 상추, 치커리, 비타민 등 모종 심고 열무, 쑥갓 씨 뿌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 서 있으면서, 폭신폭신한 흙을 밟으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같은 유기농 야채인데도 씻다보면 쉽게 찢어지는 슈퍼 판매 농산물과 달리 잎들이 훨씬 탄탄하고 색이 짙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마 비닐하우스에서 성장한 농산물과 노지에서 햇볕과 바람 맞으며 자란 농산물의 차이겠지요.


단지 비용과 수고로만 따진다면 일년 동안 유기농 야채를 매일 사먹는 쪽이 더 저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종 농산물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믿고 구매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직접 가꾼 채소를 친한 이들과 나누는 기쁨은 텃밭농사가 주는 덤이랍니다.


주말농장은 대개 5평에서 8평 정도를 연간 단위로 분양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과천 서울대공원역 근처나 내곡동 청계산 입구 등지에 개인이 운영하는 텃밭들이 있고 구로구 궁동이나 남양주, 양평 등지에는 서울시 각 구청들이 무료나 염가로 분양하는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개의 주말농장들은 농기구들을 준비해두고 있고 원두막이나 탁자 등을 비치하여 가족들이 모여 간단한 소풍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와서 즉석 야채파티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지요.


초보 원예가들을 위해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가정채소 가꾸는 방법과 실내정원 꾸미기 등 시민들을 위한 생활원예 무료 강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니 참여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수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수도권 주변 땅들이 각종 개발을 빌미로 점점 해제되고 동네 야산들도 제 모습을 잃어갑니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중국의 사막화로 올해는 예년보다 황사발생 일수가 늘고 강도도 더 세질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조금 편하기 위해 천연의 녹색을 몰아내고 인위적인 녹색으로 조경을 합니다. 그나마도 자꾸 줄어들기에 생활 속에서 녹색을 가까이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국립묘지 담장 따라 노란 개나리 꽃망울 터지고 덩달아 잎들도 연녹색에서 진녹색으로 푸르름을 더하겠지요. 출퇴근 차 안에서, 시장가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느껴보세요. 어제보다 조금 더 활기차고 감사와 은혜로 충만한 우리들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여의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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