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문화와 제호일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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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문화와 제호일미 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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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상의 교무의 인도 문화 가까이 보기

불교경전을 보면 인도문화와 관련된 설화들이 있다. 경전이라 할지라도 경전의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알기쉽게 설명을 하려면 아무래도 그 지역의 문화권에서 이해되는 예화나 비유담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소에 관련된 인도의 영성문화와 불교용어에서 나오는 그 비유담에 얽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힌두교에서는 소를 대단히 숭상하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단다. 과거에는 브라만들도 소고기를 먹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기는 먹지 않고 오직 암소에서 나오는 우유만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에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서 소고기를 먹지 않아도 날씨가 따뜻한 관계로 과일과 야채뿐만 아니라 곡물도 풍족하게 나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소를 비롯한 육류를 먹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인도에서 농사짓고 정착하기까지, 전에는 소는 그들의 삶에 대단히 중요한 식량자원이자 경제자원이었던 것이다.


즉 소는 성질이 온순하고 일도 잘하여 고기와 우유는 음식으로, 가죽은 집이나 옷감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어 살아서나 죽어서나 쓸모가 많아 인간에게 대단히 유익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의 덕을 존중하게 되었고 언젠가 부터는 소를 먹지 않고 성스럽게 여기며 오직 우유만을 취하였다고 한다.




원불교 교전의 정전 무시선에 “是非善惡과 染淨諸法이 다 제호의 一味를 이루리니”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에서 들을 때에는 제호는 천상의 맛이 나는 일종의 술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그 때는 그런 것이 있는가 보다하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영어 경전으로 수업을 하면서 보니 유산님 번역본과 버스웰 번역본의 번역에 one taste of ghee라고 번역되어 있다. 처음에 그 글을 보며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ghee라는 것은 인도사람들이 귀하게 여기고 잘 먹는 일종의 버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가족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제호의 의미가 바로 그 ghee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인도인들이 ghee(기로 발음한다)를 대단히 귀하게 여기고 즐겨먹는데 그들은 인도의 암소에서 나는 ghee가 대단한 신비로운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건강에 대단히 좋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 암소에서 나온 ghee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다른 버터나 그런 종류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요리를 할 때 거의 ghee나 야채식용유를 많이 쓰는데, 특히 ghee를 중요하게 여긴다. 시골에 가면 농부들이 ghee를 한두사발씩 먹기도 한단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음식을 만들때 ghee를 쓰는 것이 좋지만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다 쓰기에는 ghee가 대단히 귀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렇게 강력하고 신비로운 에너지를 가진 ghee로 요리를 하면 모두가 그 에너지로 섞인 음식이라 그 음식들이 신비로운 에너지와 어울린 탁월한 맛과 영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비하건대 우리가 한국에서 맛이 좋으면 참기름 맛 혹은 깨소금 맛에 비유하는데 예를 들어 참기름으로 나물을 만들거나 밥을 비비면 모두가 참기름 맛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시 시비선악과 염정제법이 다 제호일미를 이룬다는 말로 되돌아가면, 선악시비 염정제법이 그것을 초월한 자성자리에서는 어디에도 착 될 것이 없으므로 시비선악과 염정제법이 평등무차별한 것이요, 제호일미가 되는 것이다.


마침 대종사님께서 직접 감수하신 불교정전을 들여다 볼 일이 있어 무시선을 다시 보니 제호라는 단어에 유산님이 영어로 한 것과 같은 내용의 주가 거기에 붙어 있어 재미있게 보았다. 안보신 분을 위해서 불교정전에 옮겨보면;




“제호라 함은 牛乳로써 精製한 五味中 最上味이니 卽善惡이 俱空한 自性極樂의 妙味를 表示하는 말임”




한가지 스토리를 덧붙이자면, 미국에 온 이후부터 다시 한국에서 앓던 고질적인 위염 위궤양이 시작되어 음식을 먹기가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 한국에서 항상 많은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위염 위궤양은 아주 달고 살았다. 그래서 학교식당에서 주는 음식을 제대로 먹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인도에 있는 동안 인도음식을 먹고 지내서 한국에서 앓았던 고질적인 병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 나았나보다 생각했는데 미국에 와서 다시 위문제가 생기니 난감했다. 처음 미국에 와서는 인도에서 먹다가 가져온 몇 가지 양념으로 위가 편안하게 지냈는데 그것이 떨어지고 나서 한국음식을 다시 먹으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밤낮이 바뀌고 보니 위가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이 인도인들이 가까이 많이 살고 있는지라 인도인 슈퍼마켓을 찾아내어 다시 인도음식을 해 먹었다. 특히 위가 탈이 나고 보니 죽을 먹어야 하고 죽만 먹으니 힘이 없어 인도인들이 환자보식을 만들 때 영양을 위해 쓰는 ghee를 사서 죽을 쑤어먹게 되었다. 어느날 그 죽을 끓이다가 문득 문제의 번역이 머리에 떠오르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ghee와 인도 양념(우리가 부르는 노란카레)을 넣어 끊인 야채죽을 보산 총장님과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며 제호일미가 이것이라고 하면서 그 내용을 설명하고 모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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