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법신불 사은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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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법신불 사은님3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5.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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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현성 교도와 함께하는 정전공부18

교사를 읽어 보면 대종사님께서는 원기 5년(1920) 4월에 봉래산에서 새 회상의 교강을 발표하셨습니다. 곧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를 밝히시면서 사은으로부터 입은 은혜,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방법, 은혜를 갚지 않고 배반할 경우에 입게 될 해악을 세세히 명시하셨던 것입니다.


정전에서는 사은 가운데 천지은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하면 먼저 마땅히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천지의 은혜가 없이는 우리들이 살 수 없는 관계, 이것이 바로 천지의 큰 은혜라고 밝히셨습니다. 우리는 사은의 은혜 속에서 태어나서, 사은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사은님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원불교 윤리관, 천지님 은혜


그래서 정산 종사께서는 우리가 사은의 공물(公物)이라 하셨습니다. 공물(公物)이란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공의 물건을 말합니다. 공공의 물건이므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선용(善用)되어야 할 존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가 주위로부터 얼마나 많은 은혜를 입었는지, 그 가치를 한 번 매겨 보면 아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공물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몸을 함부로 한다면 그것은 사은에 배은하는 행위의 시작일 것입니다. 나를 함부로 하는 사람은 남도 함부로 할 수 있으나 우리라는 존재는 한 개인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것을 철저히 깨달아야 공심(公心)을 기를 수 있고, 범사에 감사드리며 살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산 종사께서는 대종사님께서 밝혀 주신 사은 윤리의 특징에 대해 첫째, 평등의 윤리이고, 둘째, 천지은이 있어서 천륜까지 밝혀 주신 데 있다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윤리란 좁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에 맞게 하는 것[人倫]이나, 넓게는 천지와 사람 사이의 도리에 맞게 하는 것[天倫]까지를 포함하여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과거 성현들은 좁은 의미의 인륜만 밝히셨으나 우리 대종사께서는 사은(四恩) 가운데 천지은을 넣어 천륜까지 밝히셨으므로 원불교의 윤리가 가장 원만하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세상에 드러내어 자랑할 수 있는 원불교의 윤리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참여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차관에 오르셨으나 정권의 핵심들과 뜻이 맞지 않아 짧게 재임하셨던 분을 모시고 조촐하게 저녁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국립국어연구원 시절 부장으로 오셨을 때 잠깐 모셨던 인연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마음을 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모태 신앙이시지만 우리 교전을 선물해 드렸을 때 읽어 보시고 우리의 예전 부분이 사실적으로 기술된 것에 대해 감상을 말씀해 주실 정도로 우리 교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 자리의 화제도 자연스럽게 원불교의 신앙과 수행법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질문하시고 거기에 대답하느라 쩔쩔맸던 저였지만 사은 가운데 천지은을 설명해 드릴 때 저 스스로 뿌듯해지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종사님께서 밝히신 네 가지 은혜 가운데 천지의 도를 배워 알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이 시대에 얼마나 소중한 윤리인가 알기 때문입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분도 원불교의 교리 가운데 천지은의 윤리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닮아 가야 할


천지의 여덟 가지 도


정전에서는 천지의 도를 여덟 가지로 밝혀 놓으셨습니다. (1)지극히 밝은 도, (2) 지극히 정성스런 도, (3) 지극히 공정한 도, (4) 순리 자연한 도, (5) 광대 무량한 도, (6) 영원불멸한 도 (7) 길흉이 없는 도, (8) 응용에 무념(無念)한 도입니다. 그리고 또 밝히시기를 천지의 은혜를 갚기로 하면 먼저 마땅히 그 도를 체 받아서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정전에 밝히신 것처럼 먼저 천만 사리(事理)를 연구하여 걸림 없이 알아야 천지의 ‘밝은 도’에 보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시종여일하게 진행해야 비로소 천지의 ‘정성스런 도’에 보은할 수 있고, 매사에 원·근·친·소(遠近親疎)와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끌리지 아니하는 중도의 삶을 살아야 천지의 ‘공정한 도’에 보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 모든 일에 합리와 불합리를 분석하여 합리는 취하고 불합리는 버리는 것이 바로 천지의 ‘순리자연한 도’에 보은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산 종사께서는 공(公)은 천지가 어느 한 물건만을 위함이 아니고 일체 만물의 공유가 된 것이요, 정(正)은 각각 저의 하는 바에 따라 원근 친소가 없이 응하여 주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합리와 불합리”를 정의하시기를 합리란 될 일이요, 불합리란 안 될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천지의 도와 합일해야 비로소 원만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정전의 교의편 천지은 장과 정산 종사님의 법문 해당 구절을 읽으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천지에 보은하는 생활과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었는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를 돌아보며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신불 부처님 앞에서 제가 울보가 되어서 그런지 그냥 저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펑펑 울고 싶어졌습니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간절하게 원하옵니다. 사은님의 은혜에 보은하도록 작은 부분까지 더욱 노력하겠사오니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에서 공정하고 정성스럽고 순리 자연한 천지의 도에 합일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여 주시옵고, 제게 가득한 편착심(偏着心)을 없애어 천지의 광대 무량한 도를 체 받게 하여 주시오며, 만물의 변태와 인생의 생·로·병·사에 해탈(解脫)을 얻어 천지의 영원불멸한 도를 체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법신불 사은의 은혜에 보은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세세생생 이 회상에서 법을 여의지 않고 보은하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돈암교당/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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