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우리 모두 공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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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우리 모두 공범입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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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경일 교무, 중앙중도훈련원 부원장

옛날 시커먼 물이 흐르던 청계천 생각나시지요.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 고가도로는 볼 때마다 흉칙했습니다. 그러던 청계천이 말쑥해졌습니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청계천의 반환경적 개발에 날을 세우고 공을 깎아 내렸지만 그래도 옛적 그것보다는 좋은 게 사실입니다.


이후 참여정부 인기가 바닥을 치고 그 분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면서 일찌감치 당선을 예약했었지요. 저는 그때만 해도 좌우가 번갈아 맡는 것이 원론적으로 정치발전에 당연한 일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21세기 지식산업시대에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대운하를 정책의 중심에 놓고 추진한다 하니 나라의 장래가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표를 염두에 둔 정치논리로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지금도 그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삼보일배 때 생각이 납니다. 농림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은 우리 순례단을 찾아와 새만금사업 시작의 무모함을 실토했습니다. 기왕에 저질러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를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황당하고 엉뚱한 국토개발사업은 대한민국 정부 이름을 걸고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런데 아예 전 국토를 송두리째 개조하겠다며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한반도 대운하를 하겠다는 새 정부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뒤틀립니다.


저는 운하는 물론 경제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하여 조목조목 따져 물을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상식으로 보더라도 운하사업은 우리 21세기 첨단 지식산업시대에 나라가 뒷걸음질 치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모름지기 운하란 파나마나 수에즈 운하처럼 경제적 이익이 분명하게 보일 때 유용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입니다. 수천명이 서명했다는 교수들의 성명서 내용을 보면 물류효과란 사실상 미미하다고 합니다.


정부가 논리에 밀리자 다시 관광운하를 이야기 하는 모양입니다만 이것은 더욱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얼마 전 여주 신륵사에 다녀왔습니다. 순례단과 함께 낙동강을 하루쯤 걸어도 보았습니다. 주변의 산과 어우러진 곡선의 강과 황금 빛 모래와 강가 곳곳에 서있는 정자와 가지가지 문화재, 이것이 우리 관광의 보고(寶庫)였습니다. 그런데 반듯해진 강위에 거대한 짐을 싣고 굉음을 내며 달릴 철선을 상상하니 가슴이 탁탁 막혔습니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 여래는 이 나라의 비전을 도덕(정신)문명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도덕문명의 부모국, 정신문명의 지도국이 이 나라의 비전입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이 나라가 경제로 세계 일등국이 되겠는가? 무력으로 세계 일등국이 되겠는가?’하고 우리에게 물으셨습니다.


김구 선생 역시 이 나라의 비전을 ‘문화국가’에서 찾았습니다. 금수강산 아름다운 산천을 다 파헤치고, 문화재는 유실되며, 수천년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던 물고기와 새와 가지가지 곤충과 벌레 등 생태계가 교란되고, 먹을 물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은 정말 싫습니다.


일제의 막바지 강압에 신음하며 온 국민이 시달릴 때 ‘사은상생지(四恩相生地) 삼보정위소(三寶定位所)’라 써 붙이고 외롭게 기도하셨던 정산종사 생각이 납니다. 이 나라는 일찍이 새로운 불법(佛法)의 출현과 미륵불 출세(出世)를 약속받은 땅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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