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소통의 어려움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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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소통의 어려움 넘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5.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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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서연 교무의 우리는 하나입니다

요즘 우리 이주여성들이 연극을 통해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 언어 소통의 벽은 아직도 높지만 그 높이를 그저 넘지 못할 장애물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모습이 연극 활동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10월 말에는 이 분들이 소화한 만큼 연극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릴 계획도 갖고 열심히 임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해 오면서 느끼게 된 것은 이 분들이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쌓아 온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고는 아무리 눈에 보이는 거창한 일을 해도 지엽적인 해결에 그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성인 상담의 주된 방법인 언어소통이 어려운 이들에게 언어적인 방법으로 다가선다면 상담이 오히려 더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 분들을 대할 때는 늘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미술, 음악, 무용, 놀이, 연극 등 여러 가지 예술적 기법이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도입해 볼 수 있기를 염원하게 되었다.


이 염원에 대한 응답인지 올해부터 연극치료연구소에서 시도한 이주여성 연극치료 프로그램을 우리 센터에서 하게 되었다. 원음방송의 김일안 교무가 연극치료를 전공한 터라 그 쪽 단체와 인연이 있었던 덕분에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양천교당에서 법당을 사용하도록 흔쾌히 허락해서 우리는 큰 공간에서 아무 제한없이 연극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아기들이 있거나 임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기들을 안거나 업고 와서 수유해 가며 수업에 참석하기도 하고 임신한 경우 출산 때문에 얼마간 쉬어야 할 것을 각오하고 수업에 참석하기도 한다. 서로 국적이 달라 한국어 발음도 국적별이라 그나마 알고 있는 한국어로 말해도 다 이해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 여성은 눈에 띄게 한국어도 늘고 자신감도 생겨있다는 것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지금에도 확인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국이라는 벌판에 그냥 팽개쳐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적응하느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마음에 담고 있다가 어느 날 자극을 받고 풀어내기 시작하는데 1시간 30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흐르기도 한다. 서로가 비슷한 처지라서 그런지 한국인 교사는 감을 잡는데 시간이 걸려도 이들은 바로 끄덕끄덕하며 공감한다.


우리 남편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임신해서 나만 그렇게 고생한 것은 아니었구나, 아무 것도 모르고 덜컥 임신해서 출산하고 어떻게 하는 지 아직도 어렵기만 한 육아 문제가 나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등등. 이는 한국어 수업을 통해서는 내 놓기 어려운 이 분들의 속내 이야기들이다. 나는 이런 활동에서 어떻게 이 분들을 대해야 할지를 연마하게 된다.


연극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녀교육에 관한 것이다. 자녀교육의 책임이 부모 두 사람에게 있건마는 실제로는 어머니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 관심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보아 남편들이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자녀를 훌륭하게 키울 수 없다고 시간 날 때마다 남편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이 분들은 그런 교육을 자신들의 자녀에게 해 줄 수 없다는 경제 현실 자체를 큰 짐으로 안고 있게 되는데, 내 역할이라면 그 짐을 혼자서 질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 있게 가족 구성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또는 책임을 나누라고 호소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더라도 이주여성 각자가 항상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자녀교육이라고 말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더욱 정진적공하게 된다.


외국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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