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이 못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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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이 못되는 이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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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제권 원로교무와 함께하는 정산종사 수필법문 7

정견이 못되는 이유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한 스님이 평소에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병이 들어 죽었다. 죽어서 어머니를 보러 가는 길에 기생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고 있는 곳을 지나치고, 줄을 치고 광대를 쓰고 노래하는 곳을 지나쳐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부모는 본둥 만둥 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야속하게 생각하다가 깨고 보니 자기가 죽었다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꿈에 갔던 길을 가며 살펴보니 처음 본 자리는 비단 개구리 놀던 곳이요, 다음은 거미가 줄을 치고 놀던 곳이었다. 이는 정견(正見)이 못 된 연유였다.


영혼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생을 놓고 볼 때에 저도 모르게 순경(順境)에 빠지는 일이 많다. 명예를 손상시키고 크게 그릇되게 하는 것은 오직 이 순경이다. 개를 잡으려면 평소에 즐기는 밥을 주어서 잡고, 고기를 잡으려면 좋아하는 낚시 밥을 이용하여 잡는 것이다. 사람을 이용하고자 할 때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여 욕망을 이루는 것이다.


한 사람이 부자를 일등 여관으로 청하여 술을 먹게 하고 이용하니 그는 마침내 큰 재산과 논을 잃고 병이 들어 죽었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좋아하는 옷감·피륙·음식·돈·학비 등을 대어 주면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오직 거기에 빠져서 대의가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어 버리고 만다.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몇 번 선생님으로 높여 놓으면 그만 좋아해 버리고 만다. 이것이 본능이어서 유혹을 받고 유혹을 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순경으로 좇아 나오게 된다.


그리고 유혹이 아닐지라도 좋아하는 그것이 들어서 일신(一身)을 망치게 한다. 먹을 것을 구하는 자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갖은 죄를 지어 일신을 망치고, 옷을 좋아하는 자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온갖 도둑질, 사기, 둘려먹기를 하여 갖은 죄를 짓는다. 권리를 좋아하여 구하려다 또한 많은 죄를 짓고 만다. 그래서 역경보다 순경이 몇 배 사람을 더 많이 버리게 한다. 역경은 사람을 버리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착심이 있으면 크게 일신을 버리게 된다는 말이 여기에 있다.”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나무토막이 대질림 없이 순순히 대해장강에 이르기로 하면 오직 역경 순경에 걸리지 아니하여야 한다. 남이 비방하고 무시하는 데에 끌리어 공부를 못한다든지, 큰 공부를 목적한 사람이 한 때의 비방에 마음이 해태(懈怠)하여서는 안된다. 굳은 신념으로 일관하여 명예, 비방, 장애에 끌리지 아니하고 나아가야 한다.


입을 것, 먹을 것, 명예, 권리를 구하기 위하여 순경에 끌리어 공부에 해태하여서 목적을 못 이루면 쓰겠는가! 언제든지 이 마음공부에 전력하여 천만겁을 통하여 서원을 세워 공부의 목적을 이루라. 죽을 때, 아플 때, 좋을 때, 낮을 때 거기에 착 됨이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나아가야 걸림 없이 대해장강에 들 것이다.


우리는 삼강령을 일일시시로 남의 얘기로만 들을 것이 아니라, 내가 꼭 알고 깨쳐 연마하는 데 전력하라. 아는 것과 깨치는 것은 다르다. 취사도 하나하나를 일생을 통하여 법도에 맞게 정성스럽게 실천함에 따라 그 힘이 생긴다. 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은 오랜 경험과 수행하는 머리에 갖추어지는 것이지, 형식적으로 알아 가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큰 공부는 삼대력에 있는 줄을 확실히 알아야 큰 기틀을 이루고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좋을 때를 만나 엄벙덤벙 헛되게 지낸다면 참으로 영생을 두고 통탄할 일이다. 부지런히 공부에 주력하여 부처님과 같이 성불하고 제중하는 사람이 되라.”


(원기32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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