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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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되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6.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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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제권 원로교무와 함께하는 정산종사 수필법문10

실지 공부인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형식공부 학자불교를 놓고 실지(實地) 공부인이 되라. 마음공부에 주력(注力)을 댈 줄을 알아야 한다.” (원기32년 11월 13일)




허공이 되라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장사 잘하는 자를 보면 물건은 나빠도 포장을 잘한다. 그러면 사는 사람이 좋은 것인 줄 알고 형식에 끌려 섣불리 산다. 포장을 보고 허술하면 물건이 좋아도 좋은 것인 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안다. 우리의 교강(敎綱)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를 느끼고 귀한 보물이다.


우리는 허공이 되어야 큰 물건을 소유할 수 있고 위대한 인격을 이룬다. 가정도 빈 마음으로 다스려야 치가(治家)를 잘 할 수 있고, 사회 국가도 빈 마음이어야 마침내 잘 다스릴 수 있고 발전도 시킨다.


미운 점이 있으면 그 사람의 잘한 점을 못 본다. 잘한 점을 못 보게 되면 당사자는 서운하게 알아서 불평을 한다. 밉고 예쁜 데에 끌리고 보면 반드시 그 말이 바르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다. 우리도 ‘저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다’하고 결정하고 보면 바르게 처사가 안 된다. 그러나 빈 마음, 빈 말로 빈 처사를 하면 공정하다.


내가 무던히 안다는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고 말을 하면 도리어 어리석은 말을 하게 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명예와 권리를 구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리석어진다. 어리석은 마음으로 행동하는 자는 다 마음을 비우지 못한 연고이다. 그러므로 자식을 대할 때나 부모를 대할 때나 빈 마음으로 거느리고 빈 마음으로 섬겨야 한다. 친소(親疏)와 증애(憎愛), 희로애락(喜怒哀樂)등에 마음이 비어지고, 이 비었다는 상(相)까지 놓아 버려야 한다.


부처님께서나 역대 조사들도 오직 빈 마음으로 팔정도(八正道)를 행하신 분이다. 이 빈 마음이란 곧 바른 것을 이름이다. 아무리 큰 사람이라도 그 육신만이 클 따름이지 전체는 거느리지 못한다. 오직 허공이 참으로 크게 전체를 거느릴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가 크고 자기가 잘난 상에 끌리고 보면 전체를 거느릴 수 없다. 허공이란 형상이 없어서 제일 작게 보이나 제일 크다. 대해(大海)가 크니 태산(泰山)이 크니 하여도 이 허공이 제일 크다. 원자(原子)가 제일 작아도 제일 큰 힘을 내듯이 편착심이 없고 마음이 공(空)하면 그 사람이 곧 대인(大人)이다.


불교를 허무적멸(虛無寂滅)하다 하여 비난하는 자도 있으나 참으로 허무적멸 하여야 큰 것이니, 형상 없는 마음, 허공 같은 마음, 편착심 없는 마음을 가지라. 내가 부모에게 잘 한 것이 없거니 내가 자녀에게 잘 한 것이 없거니 하는 이런 심경을 가져야 넉넉한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된다. 사업을 할 때에 오직 빈 마음을 가져야 마침내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 된다. 부처님과 조사 성현은 매사가 공(空)하였기 때문에 참 우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우리도 오직 이 허공과 같은 심리를 공부하여 마침내 시방세계를 각자의 소유가 되도록 하자.”


(원기32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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