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에도 신화가 있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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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에도 신화가 있나요 1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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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경식 교도의 신화 속의 종교 19

문학에서는 설화를 신화, 전설, 민담 세 묶음으로 나눕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입에서 귀로 전하는 구비문학이기에 퍽 유동적이고 그래서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더러 문헌에 기록되어 전하기도 하지만 고정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믿을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신화는 신성한 이야기니까 의심하면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되었습니다. 전설은 신성성이 사라진 대신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진실성을 담보하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장수바위 전설에는 장수가 딛고 간 발자국이 찍혀 있어서 장수의 실존을 증거하고, 장자못 전설에서는 그런 연유 때문에 붙게 되었다는 지명이 남아 있지요. 민담은 처음부터 믿거나 말거나 흥미성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거짓말인 줄 뻔히 알지만 재미 삼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긴 이들의 경계가 모호하여 엄격히 판별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원불교는 공자를 편드나?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유서 깊은 종교들은 그 안에 풍부한 설화문학을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불교는 개교 1백년에도 못 미치고 보니 설화문학이 발달하기엔 세월의 두께가 너무 얇습니다. 게다가 허무맹랑한 설화가 형성되고 전파되기엔 시대배경이 너무 밝습니다. 개화기란 어쩌면 합리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 시대입니다. 합리주의 잣대를 들이대면 설화는 대개 말라죽습니다. 더구나 소태산 대종사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표방하는 성자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황당한 선천종교를 비판하면서 탄생한 후천개벽의 종교로서 기적이니 이적이니 하는 것을 일부러 기피했습니다.


개벽을 주장하는 민족종교 중에도 동학이나 증산교에는 교조의 이적이 적지 않고, 어떤 경우는 그 이적을 코에 걸고 선교를 하여 선천종교와 구별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그걸 보면 원불교는 오히려 유가와 죽이 맞습니다.


중국 사상이 대개 그렇지만 유가에서 공자는 신비주의를 배격했습니다. 죽음에 대해 알고 싶다는 제자의 질문에 “삶도 아직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느냐”고 대답할 만큼 그는 현실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니 삼세윤회를 말하는 불교를 일러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말로 세상을 홀린다”(妄誕幻惑之言)고 비난할 수밖에요. 하지만 중국인은 그 황당무계한 것들을 즐기었고 정사(正史)에서조차 기술하기를 꺼리지 않은 일면이 있지요. 일연 스님은 그 허점을 간파했었기에 삼국유사 첫머리에 <기이편>(신이한 사적을 기록한 부분)을 넣으며 “신비스러운 게 왜 안 되는데?”라고 대들었던 것입니다.




#신화가 두려우세요?


종교설화의 태반은 신성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신화는 아닙니다. 원불교 설화도 꽤 축적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다 원불교 신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초자연적이고 신성한 설화라면 일단 원불교 신화라고 해둡시다. 제가 뒤져보니까, 소태산 관련과 정산 관련 설화까지 눈에 띄는 것만도 50여 종이나 됩니다. 서양식 신화(myth) 정의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발상법으로야 분명 신화(mythos)니까 원불교식 신화라 할 만합니다. 신화든 아니든 그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왜 굳이 들추고 수선을 떠느냐고 하시는군요. 그러게 제가 누누이 말했잖습니까? 팩트가 아니라면 더욱 신화다운 것이라고. 그리고 돌아오는 세상이 드림소사이어티라니 감성교화가 더욱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교화대불공을 위한 문화콘텐츠로 개발되어야 한다구요.



방언공사 중에 그날 꼭 마쳐야 되는 마무리 공사가 있습니다. 미처 물막이를 제대로 설치하지도 못했는데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제자들과 일꾼들이 당황합니다. 참 난감한 노릇입니다. 이때 대종사는 뭐라고 주문을 외우고 손을 들어 조수를 밀어내는 제스처를 합니다. 그러자 밀물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멈추었습니다. 일꾼들이 물막이를 마치고 나자 조수는 다시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대종사는 바다에 마법을 걸었다가 풀어준 셈이지요.




이 이야기가 황당하다구요? 물론 팩트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게 신화죠. 그러나 이야기인즉 당시 제자들의 소망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여기서 대종사는 신이기도 하고 영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지 않나요? 요새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대개 그런 식 아니던가요? 애들이 즐기는 컴퓨터 게임도 다 그런 식이지요. 방언신화를 가지고 청소년용 애니메이션 하나 만듭시다. 벌써부터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일산교당, 서울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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