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를 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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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를 말한다면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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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서연 교무의 우리는 하나입니다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국 정부에 제일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답으로 나올 것이 합리적인 체류 보장이고 그 다음이 일자리를 갖는 것, 한국인과의 차별이 없게 하는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 공부하는 이주여성들과 수업 후 상담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하러 온 것도 아니고 결혼해서 가족으로 사는데 정기적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것과 이 때 바쁜 남편이 동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한다. 또 남편 월급으로는 가정 경제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일을 해야겠는데 육아와 살림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 어디 없냐고 물어온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제결혼 배우자의 경우 입국 후 거주자격(F2)으로 체류하게 하며 2년이 지나야 영주자격(F5)을 신청하거나 국적취득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 때 한국인 배우자의 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주여성을 아직 진정한 배우자로 여기지 않는 일부 남성들이 이를 빌미로 인권침해를 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남편들은 “나 기분 나쁘게 하면 너네 나라로 보내버리겠다. 다음에 비자 연장 너 혼자 가서 해 봐라.”고 협박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여 이주여성을 신체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고통 속에 몰아넣기도 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종종 들려오고 있다.


거주비자 처지로는 건강보험, 사회복지 등의 혜택에서 배제되는 등 한국인과의 차별이 많아 귀화를 신청해야 한다. 이때 남편이 신원보증과 함께 일정 금액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증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남편이 그만한 능력이 없으면 어렵다.


한 여성은 남편의 경제 능력이 매우 부족하여 이 여성이 버는 돈으로 시부를 모시고 남편과 아이 둘과 비좁은 영세민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그 아파트가 너무 불편하여 어려운 처지에서도 알뜰히 살림을 꾸려 돈을 모아 좀 큰 아파트로 옮기고 싶었다. 연로하여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시부는 물론 경제 능력이 없는 남편 모두 믿을 수 없어서 본인 명의로 아파트를 구하고 싶었지만 체류 자격 상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려면 소위 영어를 잘 하는 백인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하여 이렇게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기에 상처받는 외국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 여성은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그 놀이터에는 다른 한국 엄마들도 와서 아이들을 보고 있었는데 이 이주여성과 아이를 보고는 자기 아이들에게 “저 아이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였단다. 이 여성은 그 한국말을 알아들어서 그만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음부터 동네 놀이터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만일 이 여성이 백인이었다면 그 엄마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자녀들에게 “가서 같이 놀라”고 했을 것을 이 여성도 알고 있었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꿈을 갖고 왔지 자국적을 버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했으면 당연히 자국적을 버려야 한다고 여기거나 국적취득을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나 사회 분위기는 고쳐져야 한다.


이들에게 영주자격으로 한국인과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장하거나 이중국적을 인정하여 이들이 갖고 있는 자국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의 바른 자세일 것이다.


외국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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