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인기몰이에 편승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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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인기몰이에 편승하지 않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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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최서연 교무의 우리는 하나입니다

우리 센터 한국어 교실 16기가 8월17일에 개강하였다. 원기 85년 파주교당 부지에 있던 헌집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1회 출강하여 시작한 한국어 교실이니 가히 역사와 전통을 내세워도 그리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의정부교당의 법회 후 시간을 빌려 그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어교육을 제공하다가 이곳 화곡동에 둥지를 틀었고, 처음에 구름같이(?) 몰려오던 이주노동자들이 이제는 거의 오지 않는 대신 어느 땐가 하나 둘 씩 찾아오던 이주여성으로 멤버교체가 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지역을 생활기반으로 하지 않고 멀리서 불교나 스리랑카 인연의 소개로 찾아온 분들이었던 반면, 이주여성들은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동네에는 이주여성 지원단체가 없어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의 활동이 돋보여지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사업에 맞추는 행사를 하지 않고 이주여성들과 자조 자립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려고 모든 노력과 연구를 기울여 온 바 있다.


그러던 차에 지난 6월경 강서구내의 한 복지관에서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문화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그 복지관은 이웃종교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곳인데 우리 센터에서 공부하던 한 이주여성이 그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문을 가져와서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소개하였다. 참고로, 우리 센터는 다른 단체의 프로그램을 숨기거나 배척하지 않고 있기에 누구든지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으면 우리 센터에 안 와도 된다며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있는 바이다. 우리센터에서 충족되지 않는 내용을 다른 단체가 한다면 굳이 우리가 그걸 따라할 필요가 없고,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자는 게 우리의 방침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기에는 우리 소태산 여래의 가르침이 바탕이 되었고 다른 지역의 산 교훈이 촉진이 되었다.


올해 초, 한 지역의 A 이주여성 단체에서 분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 단체에 다니는 이주여성들의 의식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그 단체에 이것저것 요구하고, 요구하는 대로 프로그램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다른 단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참석했다. 그것을 안 A 단체에서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거길 가면 우리 센터에는 오지 말라’는 식으로 반응을 했다. 이에 대해 A 단체의 이주여성들이 직접 그 단체에 항의도 하고 인터넷에 대자보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립하다가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독립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센터에 오는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에게 다른 단체의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고 가급적 지역의 단체에 다녀서 교통비와 시간을 절약하라고 하였다. 대종경 인도품 15장에 있는 말씀대로 이들이 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으면 그 인연이 오래 갈 것이요, 없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인 바, 공연히 인위적으로 인연을 관리하려는 것은 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16기 한국어교실 등록 인원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적은 12명, 그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다시 대종경 법문으로 돌아가 마음을 지켰다. 그 효과인가, 그 복지관 프로그램을 수강하겠다고 15기를 마치지 않고 그 곳으로 갔던 이주여성 한 명이 16기 개강하는 날에 등록하겠다고 찾아왔다. 왜 거기가 시설이 더 좋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다시 찾아왔냐고 물으니, 거길 다녀보니까 여기가 더 좋다는 걸 알았단다. 15기에서 결석, 지각한 벌금을 내고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할테니 꼭 등록을 받아달란다. 게다가 새 친구를 데리고 와서 그 친구도 같이 공부하게 해 달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크고 편리한 시설이 좋고 기분 내키는 대로 결석하고 놀러 다니는 것이 좋았는데 지내보니까 센터가 좀 작아도 교무님이 좀 까다롭고 무서워도 그게 자기들을 위하는 것이란 걸 알았단다.


우리 센터 한국어교육의 역사와 전통이 이런 분들이 만들고 이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깊어졌다. 이들은 우리에게 당장의 인기몰이에 편입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가라고 하며, 이들이 진정으로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그 목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참으로 이들을 돕는 일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스승들이었다.


외국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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