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미국인의 신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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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미국인의 신앙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8.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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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

방학 때마다 미국을 들락거린 지가 1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학 시절에 보던 미국과는 다른 미국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유학 시절에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모두 좋게 보였는데 이제는 한국의 것들이 더 좋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신적인 것, 문화적인 것과 같이 우리들 내면세계와 관련된 것들이 그러한데 이는 미국의 역사가 짧은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미국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들 정신세계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종교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에 나가는 미국인들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교회 예배가 열리는 일요일 오전에조차 거리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눈치 보이는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이 즐기는 일을 일요일 오전부터 합니다.


늘어나는 비기독교인


게다가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은 비기독교 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불교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유명해진 현각 스님의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책을 보면 미국 내 불교도 숫자는 미국 기독교의 가장 큰 종파 숫자보다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개신교와 달리 그 지적 수준이 높습니다. 현재 코넬대 총장으로 있는 분은 아이오와대학 총장일 때 공관에 불상을 갖다 놀 정도로 불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점차 관대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종교와 공적생활을 위한 퓨 포럼(Pew Forum on Religion and Public)’의 미국의 종교적 지평조사(U.S. Religious Landscape Survey)에 따르면 미국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 70% 정도가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조사는 미 전국에 살고 있는 성인 3만 5천명의 전화응답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었는데 미국인들의 종교성향과 관련된 조사로는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정확한 조사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다른 종교에 대해 관대한 종교인들은 비기독교 인으로서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 많았습니다. 이들은 10명 중 8명 꼴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심지어 가톨릭 신자조차도 비슷한 수준(79%)으로 이런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개신교의 경우는 57%만이 다른 종교를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57%의 수치는 다른 종교들과 비교해서 낮은 수치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따라서 개신교도들조차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찾기 위해 대륙을 건너온 청교도들이 중심이 되어서 세운 나라입니다. 청교도는 개신교 교파 중에서도 순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배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다른 개신교로부터 배척을 받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넘어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교도적 신앙은 오늘날 미국 교회에서 발견하기 힘듭니다. 변화된 가치관 속에서 순혈주의적 신앙은 미국 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종교에 따라 신이나 절대자에 대한 신성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믿는 절대자가 과연 신성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인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신성을 갖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90%를 넘은 종교는 몰몬교 하나뿐이었습니다. 몰몬교도의 91%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절대자가 신성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82%), 개신교(72%), 가톨릭(60%)도 높은 비율로 신성을 인정했습니다. 반면 힌두교(31%), 무종교(28%), 유대교(25%), 불교(20%)는 그 비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줄어드는 맹목적 신앙


또 미국인 중에서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무종교 비율은 16%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최근 수년 사이에 계속 늘어나는 무종교인의 비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물론 무종교인으로 분류된 적지 않은 수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을 뿐 나름대로 자신들의 조상이나 절대자, 또는 고유의 신념 등에 의지해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많은 무종교인들은 기존 종교의 활동체계와 성격 등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존 종교 활동이 불합리하고 맹목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개신교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듯합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다른 종교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비신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1) 미국 인구지도와 문화 내용의 급속한 변화, 2)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중요성 감소, 3) 종교의 세속화 경향 등 세 가지를 꼽았는데 여기서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입니다.


먼저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중요성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이 종교를 갖더라도 과거와 달리 낮은 신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무늬만 신도인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목사나 사제가 하는 말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종교를 갖더라도 해당 종교적 가르침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거부하면서 자신의 종교만이 옳다는 편협한 태도를 덜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종교의 세속화 경향은 역사연구와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 때문이라고 봅니다. 역사연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의 신비성이 사라지면서 종교가 가진 신비한 베일이 하나 둘 벗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절대적 권위를 갖고 행세하던 의식과 제도가 인류문명의 진전과 더불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재해석을 강요당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고방식과 더불어 나는 나의 종교를 통해, 너는 너의 종교를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민주적 종교 경향이 뿌리내린다고 봅니다.


이런 미국인의 종교의식 변화는 미주에 진출해 있는 원불교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미국인의 종교의식 변화는 개신교에 대한 의식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개신교가 미국인들에게 크게 도전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원불교 미주 교화에 분명 청신호이긴 한데 이런 상황들을 우리 교단이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원남교당 /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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